[비바100] "난 실패자 아닌 경험 부자… 생각 바꾸니 성공 보였죠"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입력일 2022-09-06 07:10 수정일 2022-09-06 07:10 발행일 2022-09-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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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상 ㈜유퍼스트 대표

“창업은 ‘아이디어’와 ‘고객의 소리’가 결합해야 좋은 결실 맺습니다.” 

창업만 12번째라는  ㈜유퍼스트의 이현상 대표. 그 숱한 실패를 그는 실패로 생각 않고 성공의 디딤돌이라고 여긴다. “고난을 이기는 힘이 든든하게 자신을 지켜줄 뿌리”라고 말한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아이디어와 현장의 고객 목소리를 결합하는 게 창업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청각보조기 ‘누구나 넥벤드’로 새로운 성공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이현상 대표를 만나 창업의 동기와  실패 경험, 그것에서 얻었던 교훈과 창업 희망자들에게 주는 조언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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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유퍼스트 대표는 아이디어와 고객의 소리가 잘 결합되어야 창업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며, 특히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성공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대학생 때 첫 창업을 해 현재까지 창업만 12번째인 ‘경험 부자, 도전 부자’ 이현상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이롭게, 기술을 더 평등하게’라는 슬로건으로 고객과 만나는 ㈜유퍼스트의 대표이사입니다.”

- 대학 때 창업이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일이 아니었지요.

“대학생 때 IMF 외환위기를 마주했습니다.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뚝 끊겨 취업 문이 많이 닫혔습니다. 취업이냐 창업이냐 고민하다가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젊은 패기로 도전을 선택했지만 수중에는 50만 원 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이 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답답할 땐 포장마차나 공방, 청바지 제조공장, 보드 카페 등을 돌아다녔어요. 사전 조사를 끝내고, 제 자본으로 제조나 장사를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온라인 유통으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후 다른 분야, 다른 아이템으로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 창업 12번째라면, 이전의 11번은 실패한 것인지요.

“실패 라기 보다는, 하고자 하는 방향이 11번 수정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실패는 끝이 아닌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재 정의한 부분입니다. 실패를 무조건 성공의 열쇠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스스로 성찰한 뒤 실행한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하면 ‘실패 > 분석 > 성찰 > 실패 가능성의 감소≒성공’이라는 방정식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도전 경험이 아닌, 그 도전 결과를 받아들이고 분석해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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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퍼스트의 청각 보조기 ‘넥밴드’
- 현재 몰두하고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넥밴드형 보청기’입니다. 처음에는 구글글래스 같은 안경에 상대방 말을 글로 번역해 보여주는 디바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청각장애인분들께서 부담스러워하셨어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안경보다 좀 더 큰 사이즈가 부담이었고, 말을 글로 읽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완전히 개발자적 사고방식이었지요. 정작 고객이 외면하는 바람에 모든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결심하고 전국 농학교와 청각장애인협회, 장애인 관련 학과 교수님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300명쯤 만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그들이 원한 것은 ‘싸고, 편리하고, 평범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였어요.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막연한 생각 자체가 오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제품으로 연결됐고, 지금의 넥밴드형 보청기가 탄생했습니다.”

- 수 많은 실패에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100점을 만들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오늘은 10점, 내일은 20점, 결국은 100점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에디슨은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효과가 없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패를 했다고 멈추면, 그 시도는 제로(0)가 되지요. 하지만 실패가 다음 시도를 위한 ‘피봇(회전)’ 과정이라면 의미가 달라지지요.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고객 피드백을 통해 언제든 수정 보완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고객 불만을 기쁘게 마주했습니다. 관점을 바꾸니 멈추지 않을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창업 전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분을 짚어주시지요.

“굳이 선배라고 한다면, 저는 ‘실패 선배’입니다. 창업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 자신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트렌드나 시장 상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성찰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나’는 ‘나’를 잘 모릅니다. 최근 정부지원 사업에서도 주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내적 동기’ 예요. 창업자의 스토리와 창업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스스로를 알고, ‘내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마인드가 성공 창업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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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weight: normal;">이현상 대표는 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면서도 이론적 전문 지식을 더 쌓아 현장의 경험과 접목하기 위해 대학원 창업컨설턴트학과에 다닐 정도로 열심이다. 그의 10년 후 꿈도 창업가를 돕는 엑셀러레이터 겸 투자자다.

- 최근 학사 학위로 대학 겸임교수가 되셨습니다. 기업 대표에서 교수로 변신한 이야기도 들려 주십시요.

“주변 교수님 추천으로 한국공학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가 됐습니다. 첫 교수과목은 ‘디자인과 기업가정신’ 입니다. 이제까지의 삶에서는 학력 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실무와 경영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현장 경험에 전문지식이 더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재는 호서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창업컨설턴트학과에 재학 중이기도 합니다.”

- 5년 뒤, 10년 뒤 플랜도 갖고 계신지요.

“저는 현재의 안정보다 도전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쪽에 속합니다. 그래서 교수까지 영역을 확장해가며 커리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5년 뒤에는 지역 주도의 창업 보육을 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을 해 보고 싶습니다. 전국 19곳의 혁신창업허브로 지역 파트너 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창업 생태계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현재 센터장들은 대부분 대기업 전문가 출신입니다. 이분들과 선의의 경쟁을 위한 학력과 경력, 이력을 만들어야 가능합니다. 10년 뒤에는 이런 이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의 한 축인 엑셀러레이터와 투자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 세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인적자원을 보유한 4050 세대를 지원하는 전문 분야를 돕고 싶습니다.”

- 창업에 도전하는 분들께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흔히 그래프 X, Y축을 그려 효율적인 제품을 구상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종이에는 넓은 면만 있는 게 아닙니다. 들어서 윗면이나 옆면을 보면 그저 점이나 선일 뿐입니다. 세상은 종이 위의 ‘2차원’이 아니잖아요? 무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신중하게 준비해도 실패하는 곳이 창업세계입니다. 어렵게 기회가 생겨도 고난은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그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일의 이유이자 자신만의 철학이라 생각합니다. 창업가의 필수조건, 이 마인드를 저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말합니다. 트렌드에 현혹되지 않고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뿌리, 생각을 키우세요.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