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그림 사세요" 여기는 백화점입니다… 예술 사업 본격화하는 유통업계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2-04-27 07:00 수정일 2022-04-30 09:15 발행일 2022-04-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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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족 잡아라!...유통업계 치열한 ‘ART’ 경쟁
아트테크족 ‘고령층→2030·MZ세대’ 옮겨

신세계백화점이 서울옥션과 함께 신세계 강남점 8층 이벤트홀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유명 작가 갤러리를 선보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미술 관련 부문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유통가에서 ‘아트(ART)’는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부로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래 사업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예술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는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매장 내 미술 전시를 지속하는 한편 전문 큐레이터를 통한 판매 및 백화점 앱을 통한 공연 및 경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백화점 중 미술 사업의 시작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지난해 3월 사업목적에 ‘미술품 전시· 판매·중개·임대업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한 이후 본점과 강남점 등을 포함한 6개 점포에서 임원이 포함된 갤러리 담당 조직을 구성해 큐레이터가 상주해 있으며, 판매는 강남점 한 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1위 미술품 경매 업체 서울옥션 주식 약 85만6767주(지분 4.8%)를 280억 원에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열고, 업계 최초로 미술품 모바일 경매에도 나섰다. 

올해 주총에서는 모바일 미술품 경매와 관련된 사업이 정관에 추가, 미술품 사업을 더욱 강화했다.

롯데백화점 ‘리조이스展’ 테마전시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미술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적극적인 영감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프리미엄 판매전인 ‘아트 롯데’를 시작으로 아트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시 위주로 운영되던 본점과 잠실점 등 총 6개 점포의 갤러리를 전시 및 상시 판매 공간으로 재설정해 판매 위주의 전시 중심으로 운영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롯데백화점 APP에 온라인 채널로도 미술품 구입이 가능한 아트 플랫폼인 ‘롯데 갤러리관’을 오픈했으며, 롯데백화점은 오는 5월 열리는 ‘아트부산’ 행사 기간에 ‘시그니엘 부산’에서 별도의 ‘롯데 아트페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롯데백화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아트 분야의 전문가인 김영애씨를 신규 조직인 ‘아트 비즈니스실’의 실장으로 영입하고, 최보경 아트 갤러리 팀장 및 양민정 책임 등 큐레이터 인원도 기존보다 더 보강했다. 

이에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 판매전 외에도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아트 컨시어지 서비스도 진행해 최고 6억짜리 작품이 판매되기도 하는 등 지난해 4분기(10월~12월) 롯데백화점 아트 매출이 3분기(7~9월)에 대비 3배 이상 신장하며, 아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은 작년 롯데백화점에 합류한 이후 보고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월 1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리조이너스 캠페인의 메시지를 담은 ‘리조이스展’을 주도하기도 했다. ‘리조이스展’은 ‘여성’을 테마로 여성의 꿈, 지성, 감성, 감각 등 ‘리조이스’에 대한 8개의 해석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니키 드 생팔의 판화 특별전을 포함해 국내 여성 작가 40명의 작품 총 370여점이 전시되며, 심리상담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큐레이터 투어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미술관, 백화점, 갤러리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늘날,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도 ‘아트’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높게만 느껴졌던 미술 시장의 문턱을 재정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시와 아트페어를 포함한 다양한 기회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MZ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컬렉터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롯데멤버스가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작품의 두 번째 조각투자 투자자를 모집한다.(사진=롯데멤버스)

백화점 뿐만 아니라 편의점도 예술에 물들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미술작품의 지분을 경품으로 선보였다.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투게더’와 손잡고, 줄리안 오피 작가의 ‘러닝 위민(Running Women)’ 지분 소유권을 경품으로 내건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지분을 여러 명이 나눠 갖는데, 이마트24가 이 지분 소유권 2조각씩 선착순 2200명 고객들에게 경품으로 증정하는 형태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자동차, 명품가방 등 고가의 이색 상품을 경품으로 내건 행사는 있었지만, 미술작품 재테크 상품이 경품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 2조각에 대한 소유권은 현재 2만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미술품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작품을 공동으로 소유한 사람들의 찬반 투표를 진행해 매각 동의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작품을 매각할 수 있어, 미술품 가치가 상승하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마트24가 최근 지분 소유권을 경품으로 내건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러닝 위민(Running Women).’ (사진=이마트24)

렌털에 따른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작품을 백화점, 호텔, VIP레스토랑 등 영업공간에 렌탈해 얻은 수익은 지분에 따라 공동 배분된다. 아트투게더에서 조각거래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조각을 주식처럼 사고, 팔 수도 있다. 

아트투게더에서 미술 작품의 지분을 구입하는 고객의 67%가 20~30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테크에 관심 많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아트테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이마트24는 상품을 증정하는 일반적인 경품 행사 대신 미술작품 소유권을 증정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젊은 고객층이 곧 편의점의 주요 타깃이자 잠재 고객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미술품 관련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희소성과 실용성에 가치를 두는 MZ세대들 사이에서 미술품 투자, 즉 ‘아트테크(Art-tech: 아트+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미술작품 소비계층이 확장돼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체 유통가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에서 단순히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유명 갤러리와 손잡고 인기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라며 “일부 부유층만이 누리던 미술작품에 MZ세대 아트테크 열풍까지 불며 수요층이 두터워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