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항노화 제품·말벗로봇… 노후행복 기술이 뜬다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4-07 07:00 수정일 2022-04-30 09:20 발행일 2022-04-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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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코앞… ‘실버테크’ 주목

한국이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령사회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큰 과제가 됐다. 출산율은 저조한 반면 평균수명은 늘며 노령인구의 비중이 급속도로 증대하면서 ‘실버산업’은 국가적 의제가 됐고, 그 중심이 되는 ‘실버테크’ 역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실버시장으로 영역을 확장, 실버테크를 미래 전략 사업으로 삼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인 ‘돌봄’에서 여가·사회참여 지원까지

사진=하나은행

실버테크란 노인을 위한 돌봄, 안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령층에 적합하도록 적용된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실버테크의 핵심은 노령층의 특성에 맞춘 돌봄은 물론 주거, 건강, 여가, 노동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노령층이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고 지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의 핵심기술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버테크 기술로서 환자의 목욕 온도를 기억하는 욕조, 노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위급 상황을 판단해 신고하는 인공지능, 치매 예방 강아지 로봇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주최로 ‘국제 제론테크놀로지 엑스포&포럼’(IGEF 2021)이 개최됐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노년학과 과학기술의 합성어로, 고령자를 위한 첨단기술을 의미한다. 해당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등을 활용한 돌봄기술의 진화 모습과 관련 기술들의 국제적 수준을 살피며 초고령사회라는 위기 국면에 놓인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새로운 소비시장 실버테크 산업

사진=하나은행

2000년대 초반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실버테크는 4차 산업의 발전과 코로나19 국면과 맞물려 다시 한번 급부상 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0.81명을 기록했다. 국내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의 10%를 넘어섰는데, 2025년에는 20%에 접어들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한편 노인들이 새로운 중산층을 형성하면서 이들의 구매력을 타깃으로 하는 실버산업이 유망한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출생자)의 구매력에 주목하며, 은퇴를 시작한 이들 세대가 마주할 노령사회에서 실버테크 관련 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 글로벌 소비시장을 주도할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실버테크 산업을 지목했고, 향후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노령층의 관심이 증가했고, 노령층의 소셜미디어(SNS) 사용량도 증가하면서 온라인 대화나 건강 검진, 진료 및 상담 등에 대한 노령층의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시장 조사업체 에릭슨컨슈머랩이 미국, 영국, 한국 등 12개 국가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노령 소비자 10명 중 7명은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관련 첨단 기기를 사용할 의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시국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식품·의료기기·미용까지… 커지는 실버산업

사진=하나은행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난 2020년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요양,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실버산업 관련 시장규모는 2010년 33조 2241억원 규모에서 2020년 124조 9825억원으로 확대되며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확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요양 서비스 시장이다. 국내 요양 서비스 시장은 2021년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이중 재가(在家) 요양 서비스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5조원 규모에 달했다. 인공지능(AI) 돌봄로봇 보급 사업에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삼성은 노인 돌봄로봇인 ‘삼성봇 케어’를 선보였고, AI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는 지난 4일 대전광역시 등 다양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어르신 맞춤형 돌봄 로봇 인형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실버테크 시장의 규모는 성장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실버 세대의 미(美)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피부 노화 치료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항노화 시장은 2020년 1944억달러(약 234조원)에서 매년 8.6%씩 성장해 2030년에는 4228억달러(약 50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체들은 항노화 기술을 통해 질병 치료뿐 아니라 미용, 화장품 산업에서도 큰 수익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버테크, ‘욕구’ 변화에 초점 맞춰 확대

사진=하나은행

실버테크는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욕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저하된 운동 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보행 보조로봇이나 케어 로봇부터 노화로 인한 정서적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애완용 로봇, 정서 로봇 또한 개발 및 보급되고 있다. 

한편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버테크 기술도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의 한 스타트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유족의 상황에 맞는 장례식장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가요양 서비스의 각종 행정 업무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으로 자동화하고 매일 수집해 돌봄 노인들의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령자의 건강 상태 예측 서비스도 시행되고 있다.

출처=하나은행

정리=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