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부장님 욕하더니 '라떼' 타령… 나도 젊꼰?

조진래·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4-05 07:10 수정일 2022-04-08 15:51 발행일 2022-04-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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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기성 꼰대보다 더 싫은 '젊꼰' 되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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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일반적으로 ‘꼰대’라고 하면 ‘권위적 사고를 가진, 소통이 잘 안되는 어른’을 지칭해 왔다. 중·장년들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력해도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최근에는 ‘어른’이 아님에도 꼰대로 편입되는 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젊꼰’, 젊은 꼰대다. 기존 꼰대의 연령층이 4050 혹은 5060이었지만, 최근의 ‘젊꼰’ 혹은 ‘뉴 꼰(대)’는 어느 새 30대까지 내려왔다. MZ 세대와 나이 차가 거의 없음에도 이들로부터 꼰대로 치부되곤 한다. 문제는 누가 봐도 꼰대 스타일인데도 당사자들은 결코 자신이 꼰대 짓을 하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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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지 못하면 30대라도 ‘꼰대’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쓴 정문정 작가는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능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대방에게서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젊은이라도 꼰대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MZ 세대와 근무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더 답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요즘 직장인 설문조사를 보면 ‘젊은 꼰대’가 의외로 많다. 5년도 근무하지 않았는데 “나 때는…”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직장에 젊은 꼰대가 있다는 응답도 70%에 이른다. 직장인들이 꼽는 최악의 젊은 꼰대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고 가르치는 유형이라고 한다. “자유롭게 얘기하라” 해놓고는 결국 본인의 답을 강요하는 유형, 선배 명령은 무조건 따르라는 유형이 뒤를 잇는다.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기성 꼰대들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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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짓하면서 자신이 꼰대인 줄 몰라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꼰대 방지 5계명’이라는 것을 소개했다. 첫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둘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셋째,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넷째,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꼰대가 되지 않거나 꼰대라는 얘기를 들을 시기를 그래도 최대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을 좀처럼 당사자들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나는 4050 꼰대와 다르다’는 응답이 52.1%로 절반을 넘었다. ‘나는 권위적이지 않다’(38.5%), ‘나는 합리적이다’(34.8%)는 답이 많았다. 그런데 MZ세대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꼰대로 비춰진다.

젊은이들이 보는 기성 꼰대들은 이른바 ‘분노조절 장애’를 갖고 있다. 기력이 쇠하면서 쉽게 짜증을 내고 별 일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젊은 꼰대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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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탈출법을 찾아라

최근 <젊은 꼰대가 온다>를 펴낸 이민영 작가(T&D파트너스 대표)는 자신을 꼰대로 여기는 젊은이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그 기반은 ‘공감능력’이다. 그는 어설픈 농담으로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 말고, 트렌디한 감각을 갖추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역 멘토링’으로 의견을 구하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역멘토에게 심적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민영 대표는 특히 부하 직원들에 대한 불만과 불평 보다는 ‘내 안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자신이 변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찾아 스스로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재 사회화’다. 후배가 사회나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만큼, 선배들도 지속적인 학습으로 타인과의 적응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MZ세대와 꼰대 리더>라는 신간을 내놓은 김영기 작가(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는 칭찬 스킬을 각별히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자신만의 ‘팝스(POBS)’ 이론을 펼친다. 결과보다 과정(Process)을 칭찬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며(Only), ‘성실하다’ 같은 추상적 칭찬보다 구체적인 행동(Behavior)에 대해 칭찬하고, 작은 것(Small)이라도 자주 칭찬하라고 권한다.

◇진정성 있는 대화만으로도 ‘탈 꼰대’

MZ세대는 대부분 한 아이 가정에서 자라 귀하게 컸다. 대체로 명령과 지시 같은 수직적 소통보다 수평적 소통을 선호한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것에 특별히 예민하다. 이런 가치를 가진 세대들에게 섣부른 대화 시도는 오히려 꼰대 이미지만 강화할 뿐이다.

김영기 작가는 상사들에게 ‘질문 스킬’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닫힌 질문보다 열린 질문, 부정형 보다 긍정형 질문을 많이 하면서 잦은 ‘스몰 토크(small talk)’를 가질 것을 권한다. “얘기 한번 하자” 라든가 “취미가 뭐야?” 혹은 “휴일에는 뭐하고 지내나?” 같은 질문은 좋지 않다. “나는 주말에 테니스를 치는데, 자네는 운동 뭐 좋아하는 것 없나?” 식의 접근이 좋다고 한다. 답을 억지 유도하는 질문이나 답이 뻔 한 질문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자기를 시험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황한 대화 역시 금기 사항이다.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불만이나 속 마음을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듣고 공감하는 자세가 ‘탈 꼰대’의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조진래·이지은 기자 jjr8954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