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긴축 가속화에 채권시장 ‘흔들’… 채권투자심리 회복은 아직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3-28 12:48 수정일 2022-03-30 16:18 발행일 2022-03-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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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UPI=연합뉴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도가 강해지면서 국내외 채권 시장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추가 추경도 공식화되면서 약화된 투자심리가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월 미 FOMC에서 연준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연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최근 연준 내부에서 기존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옹호했던 비둘기파 성향의 연준 인사들도 올해 빠른 금리인상을 지지하면서 금리 인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연준이 오는 5·6·7·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50bp(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2000년대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 가운데는 가장 빠른 긴축이다.

강력하고 가파른 긴축 일정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채권지수 수익률 감소,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우려 등 부담이 역력한 모습이다.

28일 KB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채권지수 수익률은 -6.4%로, 지수가 발표된 1990년 이후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들이 예상보다 매파적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빅스텝 인상(한 번에 50bp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계속 부각되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의 차이를 나타내는 장단기 금리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은 2.488%에, 2년물은 전장 대비 16.7bp(0.167%) 급등한 2.297%에 마감했다. 모두 지난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차는 20bp(0.2%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 가능성이 커지면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과거 금리 역전이 이뤄진 이후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가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만기 별 금리 격차는 자금 조달, 운용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기본적인 수익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금리 역전은 곧바로 수익원의 감소로 직결된다. 또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해 외국인의 자본이 유출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미 장단기 국채 금리차 축소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 침체 징후가 관찰되고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상당 사례에서 높은 확률로 금리 역전이 이뤄지고 18개월 전후로 경기 침체가 나타났었지만, 이번에 일부 만기 구간에서 나타난 금리 역전은 과거와 비교할 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기영역을 대표하는 3개월과 2년물은 과거 장단기 금리차를 언급할 때 항상 동일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10년-2년물 차는 축소되는 반면 10년-3개월은 확대 혹은 횡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990년대 이후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가 나타났던 국면은 모두 금리하락 시기에 이뤄진 반면 이번 경우는 금리상승 국면에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공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과거 높은 확률로 경기 침체로 이어졌던 선례들이 빈번했던 만큼 소위 ‘자기실현적 예언’ 경로를 통해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나 위험 선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대선 이후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됐던 국내 채권시장도 국내 국고 3년과 10년 금리가 올해 전고점을 상회하는 등 글로벌 채권시장 약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윤석열 당선인이 추가 추경을 공식화하며 적자국채 우려도 확대됐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새 정부가) 최대한 적자 국채 발행 없는 추경 시행 방침을 시사하고 있지만, 뜻대로 이뤄지긴 다소 어려운 환경”이라며 “향후 추가 추경 추진 시 일부 적자 국채 발행이 포함될 우려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채권금리가 연고점을 넘어선 상태지만, 저가 매수를 고려할 만큼의 재료가 나오기는 어려워 채권투자 심리 위축세도 연장될 공산이 크다”며 “추가 금리 상승 우려가 잔존하는 만큼 중립적 관점을 유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