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우려…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은?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3-16 13:31 수정일 2022-03-30 16:22 발행일 2022-03-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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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의 이자 지급일이 16일부터 도래하면서 러시아 채무불이행(디폴트) 현실화 가능성에 채권, 주식, 외환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16일 1억1700만달러에 달하는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 지급에 이어 21일 6500만달러, 28일 1억2000만달러, 31일 4억4653만달러의 빚 상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단, 달러 채권은 30일의 상환유예기간이 있어 당장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공식적인 디폴트는 선언되지 않는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제제로 외환보유액의 절반인 3000억달러 상당이 동결된 상태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채무를 루블화로 갚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의 이자 및 원금 지불능력은 충분하지만, 루블화로 채무를 상환한다 하더라도 기술적인 디폴트를 면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다만, 디폴트가 가시화하더라도 시장이 상당 기간에 걸쳐 재료의 선반영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충격이 추가로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SWIFT 배제 직후부터 러시아 디폴트에 대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에 그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러시아 익스포저가 2014년 크림 반도 사태 이후 꾸준히 축소된 만큼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산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 대응의 관점에서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확산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흥국채권지수(EMBI) 스프레드가 급등하고 있다. 앞서 무디스(Moody‘s),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직전단계까지 강등함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EMBI 스프레드는 신흥시장 채권과 미국 국채 수익률 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커질수록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정적자 확대, 물가상승 영향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여력은 크게 위축돼 있다”며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며 가산금리까지 오르게 될 경우 신흥국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가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되면 EMBI 스프레드를 추가로 밀어 올리면서 환율 변동성이 더욱 증폭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외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242.30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5월 25일(1244.20원) 이후 첫 1240원대를 기록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외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가 2600선까지 추락했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디폴트 이슈로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선호도가 낮아지고 있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