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과거 경제위기보다 최근 금융취약성 더 커져"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3-09 13:29 수정일 2022-03-09 18:14 발행일 2022-03-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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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민간신용이 지나치게 불어나면서 금융 취약성이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9일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실물경기 위축에 대응한 완화적 통화정책, 금융지원 강화 등을 배경으로 가계부채 등 민간신용 증가세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금융불균형 및 잠재리스크 축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실질 민간신용(가계+기업 신용)을 금융 사이클의 지표로 삼아 198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평균 주기는 약 24.5분기로, 1980년대 이후 총 6번의 금융순환이 관측됐고 현재는 제7순환의 확장기(2017년 4분기 이후)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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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

아울러 금융사이클과 실질GDP 증가율을 이용해 추출한 실물사이클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사이클간 비동조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괴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의 동조화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강한 동조성을 보이다가 위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제7순환 상승국면으로 전환된 2017년 말부터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비율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2년 간(2019년 4분기~2021년 4분기)의 상승폭은 26.5%p로, 외환위기(13.4%p), 신용카드 사태(8.9%p), 글로벌 금융위기(21.6%p) 등 과거 경제위기 당시 증가폭을 크게 상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강한 동조관계를 보였던 기준금리 사이클과 금융사이클의 관계는 최근 강한 역동조관계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연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관리총괄담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실물경기 하강 시 금리를 인하, 확장 시 인상하는 정책대응이 금융의 경기순응성을 바탕으로 금융사이클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위기 이후에는 실물·금융 비동조화 등의 영향으로 실물사이클에 대한 경기대응적 금리조정(금리 인하)이 신용증감(신용 증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사이클에 대해서 경기순응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