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기울어진 운동장들] "물적분할 상장, 모기업 일반주주 보호책 강화해야"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3-09 13:32 수정일 2022-03-09 13:32 발행일 2022-03-10 9면
인쇄아이콘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중순께 우리나라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6000만 개를 돌파했다. 일반인 투자자(개미) 1000만 명 시대이다. 개미들은 증권산업의 근간을 이루면서도 정책·제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장의 공정성, 형평성, 투명성 등에서 유무형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미들 관점에서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최근까지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을 하나 꼽는다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이슈이다. 기업들이 물적분할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며 모회사 핵심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하면서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는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한 채 신설회사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모회사 일반주주 입장에선 주주 가치 훼손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이 전지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하는 물적분할을 실시한 후 상장시키자 LG화학 주가가 폭락했다. 이 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분사시킨 SK케미칼,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분할 상장한 SK이노베이션 등의 주가가 LG화학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물적분할’ 소식만 들려도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진다. 일반 투자자들은 주주 보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적분할 개념
물적분할 개념도 (자료=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 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법(418조 1항)을 개정해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기존 주주에게 공모주를 일반청약자에 앞서 우선 배정하는 방안도 있다. 이는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주식의 배정)를 수정해야 한다. 또 자본시장법시행령(제176조의 7)을 개정해 물적분할 때 주식매수청구권(반대 주주가 주식을 적정가에 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의 핵심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상장시키는 것은 모회사의 기술력과 가치를 믿고 투자한 기존 주주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행위”라며 “기존 주주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법, 모자회사 동시 상장 금지 등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이나 우선 청약권을 준다면 피해를 입는 일들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