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기울어진 운동장들]"기관들 공모주 청약 증거금 현실화해야"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3-09 13:32 수정일 2022-03-30 16:24 발행일 2022-03-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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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중순께 우리나라 주식거래활동 계좌 수는 6000만 개를 돌파했다. 일반인 투자자(개미) 1000만 명 시대이다. 개미들은 증권산업의 근간을 이루면서도 정책·제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장의 공정성, 형평성, 투명성 등에서 유무형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평탄화 작업을 해야 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미들 관점에서 짚어 본다. <편집자 주>

공모주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간 증거금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 사례로 지적된다. 공모주 청약 시 청약금의 절반을 증거금으로 내야 하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증거금 없이 일단 주문을 내고, 추후 실 배정 물량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관들은 한 주라도 더 청약받기 위해 주문량을 부풀리고, 이들의 뻥튀기 청약으로 높아진 공모가와 시초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의 무분별한 청약경쟁에 애꿎은 개미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 투자가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누리는 현재 공모주 시장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기관도 개인과 비슷한 수준 또는 주문금액과 유사한 정도를 증거금으로 납부하는 등 개인과 마찬가지로 부담을 떠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달 14일 금융투자협회는 수요예측 참여기관 기준을 △투자일임업 등록 후 2년 경과 △투자일임 규모 5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4월 1일 증권신고서 제출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참여기관의 기준을 강화해 허수 청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러한 규제 방안이 문제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새 개정안 기준에 따르면 소규모 사모운용사 또는 신생 투자일임회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과하게 높아진 격”이라며 “이는 또 다른 불공정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생사들의 시장 진입 좌절은 결국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는 또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