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유통가 와인에 물들다’… 대형마트·편의점, 와인 전문숍 경쟁 '올인'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2-03-23 07:00 수정일 2022-03-23 07:00 발행일 2022-03-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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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혼술 문화 대세’...지난해 와인 수입액 역대 최대
유통가, 호황 속 와린이~애호가 공략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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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주류 문화가 가정용 시장으로 바뀐 가운데 와인의 위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회식과 모임이 줄고 홈술·혼술을 즐기는 문화가 점차 정착하면서 와인 판매량이 급증, 유통가에서도 급성장 중인 국내 와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초저가 와인으로 흥행몰이한 대형마트들은 매장 1층 입구를 와인 매장으로 조성했으며, 구매 접근성과 편의성을 앞세운 편의점들도 와인 전문점을 오픈하는 등 유통업체들의 와인 경쟁력이 치열하다.

관세청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5981만달러(약 6782억원)로 전년보다 69.6% 늘었다. 그동안 와인 수입액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2억1004만달러) 처음으로 2억달러 선을 넘어선 이후 2018년 2억4000만달러, 2019년 2억6000만달러, 2020년 3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4억달러를 건너뛰고 단숨에 5억달러를 돌파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보틀벙커 (사진=롯데마트)

이에 유통가에서는 와린이(와인 초보자)들이 구매하기 쉽도록 ‘전문 와인숍’을 오픈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점을 ‘제타플렉스(ZETTAPLEX)’로 변경, 매장의 입구인 1층 면적의 70%를 와인으로 채운 ‘보틀벙커’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보틀벙커’는 이례적으로 2030의 고객 비중이 53%를 차지, 젊은 소비층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와인의 모든 것! 보틀벙커에 없으면 어느 곳에도 없다’라는 콘셉트로, 국내 유통하지 않는 빈티지 상품들을 구비한 것은 물론 ‘로마네 꽁띠’같은 1억원 내외의 최고가 상품 및 ‘보틀벙커’에서만 판매하는 다양한 한정 상품, 희귀템들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Wine&Liquor(와인&리쿼)매장이 입점된 33개점과 성수점까지 총 34개점에서 ‘이달의 와인’을 시범 운영 중이다. 와인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와린이’들을 위해 매월 테마에 맞는 ‘이달의 와인’을 선정해 고품질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이마트 명용진 주류 바이어는 “이마트가 와인 추천, 와인 전문점 확대를 통해 와인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음주 패러다임의 변화로 와인이 국민의 술 소주·맥주를 넘어 주류(酒類) 시장의 주류(主流)로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류 시장은 과거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에서 홈술족과 MZ세대 중심으로 ‘맛있는 술’,‘즐길 수 있는 술’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프리미엄 와인 열풍
서울 등촌동 소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이 홈플러스 와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인천 홈플러스 간석점을 리뉴얼한 ‘메가 푸드 마켓’에 231.4㎡(70평) 규모의 대형 와인 매대를 설치하고 1300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가격대도 1만원대 이하부터 10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됐다.

이 결과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의 지난달 17~20일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 신장했다.

홈플러스는 또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포르투갈의 포트와인까지 들여오는 등 와인 부문을 강화에 분주하다.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남아공 브루스 잭 와이너리(Bruce Jack Winery)에서 생산된 와인 신상품 3종과 포르투갈 대표 포트와인 칵번(Cockburn‘s) 2종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브루스 잭 와이너리는 남아공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와인브랜드 중 하나로 지난해 영국 주류 전문지 드링크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세계에게 가장 사랑받는 와인브랜드 톱50에 36위로 이름을 올렸다.

CU PB 와인
CU 점포에서 모델들이 CU의 PB 와인인 음! 시리즈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편의점들도 전문 와인샵 조성에 나섰다. GS25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역삼흥인점에 ‘와인25플러스 플래그십스토어’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주류 특화 매장을 약 2000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매장은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시스템 와인25플러스의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우수상품 약 300여 종을 준비돼 있으며, 고객들은 플래그십스토어에 비치되어 있는 전용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제품 카탈로그까지 살펴보며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다.

CU는 지난해 1월 첫 PB와인 상품 음!레드와인과 음!소비뇽블랑, 음!프리미엄을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자체 브랜드 와인 상품을 늘려가고 있다.

CU의 PB 와인은 기존 스테디셀러를 제치고 와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CU에 따르면 음!레드와인은 2016년부터 5년 동안 1위를 놓친 적 없던 디아블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제치고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와인이 됐다. 두 와인의 판매량도 2.5배가량 차이난다.

세븐일레븐 와인스튜디오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27일 KT강남점에 연 와인스튜디오 모습.(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도 서울 강남구 ‘KT강남점’에 와인 전문 콘셉트숍 ‘와인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약 30평 공간에 300종이 넘는 다양한 와인을 갖추고 있으며, 총 8개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대륙별 와인과 품종별 와인, 화이트 와인 코너를 기본으로 세븐일레븐 이달의 MD추천 와인존도 만나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KT강남점 와인스튜디오의 운영효율 및 판매추이를 지켜본 뒤 상권을 다양화해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분한 유휴공간이 확보되는 점포를 선정해 전체 면적의 30~50%를 와인스튜디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와인이 일상 주류문화로 정착하면서 내년에도 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와인스튜디오는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편의점이 소비자 중심형 플랫폼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도 지난해 와인 판매량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305만병의 와인을 팔았고, 특히 12월에만 75만병을 판매했다. 12월 판매치로 보면 4초에 한 병꼴로 와인을 판매한 셈이다.

이마트24는 앱 예약구매를 통한 와인 판매를 강화하고, 현재 3600여개인 주류특화매장을 올해 4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