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사 내부통제 기준 모호…선진국 참고해 개선해야”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1-31 08:15 수정일 2022-01-31 08:39 발행일 2022-01-31 99면
인쇄아이콘
clip20220128155710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위반 근거가 모호하고, 내부통제가 소홀하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을 계기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7년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금융회사로 하여금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내부통제를 소홀히 마련한 경우 감독자책임의 일환으로 CEO까지 제재할 수 있다.

문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의 위반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과 내부통제가 소홀하다는 이유로 CEO까지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CEO에게 책임을 부과하지 않으면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내부통제를 수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금융회사는 CEO의 제재가 다소 과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이석훈·안수현 연구원은 “한국의 내부통제 제도를 주요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내부통제의 정의는 미국, 영국, 일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무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한국 금융회사들 중 상당수는 내부통제를 법규 준수 의무로 준법경영 의무로 이해하고 있지만, 주요국 금융회사는 내부통제를 전사적 운영리스크 관점으로 이해해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인적 및 물적 투자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한국은 감독규정에서 금융회사의 가능한 모든 업무를 포함하도록 규율하고 있어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의 부담이 다소 크며 추상적이나, 미국과 영국의 경우 합리적인 수준에서 내부통제 구축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내부통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내부통제 구축의 범위를 크게 확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기관 제재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규제 강도가 다소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효섭·이석훈·안수현 연구원은 “한국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미국, 영국의 경우 내부통제 구축 의무 위반 시 매우 높은 수준의 민사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반대로 인적 제재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규제 강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는데, 한국의 경우 CEO를 포함한 임원이 내부통제 소홀 마련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 해임권고, 직무정지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인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어 주요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자책임을 언제, 어떻게 적용하는지와 관련해서 한국은 다소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미국, 영국 등의 경우 감독자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감독소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최종감독자, 중간감독자 등의 역할과 책임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사안에 따라 CEO까지 책임을 묻지 않고 중간관리자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또, 내부통제를 높은 수준의 제재 조치의 경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금융사고 발생 이후 인적 제재 또는 금전 제재를 받아도 내부통제 개선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금전 제재 등을 경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내부통제 재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 ▲인적 제재에서 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 ▲내부통제 개선 시 제재를 경감받을 수 있는 면책 제도 법제화 ▲업권별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마련 ▲내부통제 평가보고서 제출 의무화 ▲감독당국이 내부통제 평가보고서 작성 등이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