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신용융자잔고 고위험군에 몰려…거래자는 투기 성향 짙어”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1-30 08:08 수정일 2022-05-09 17:44 발행일 2022-01-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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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은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종목은 주로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종목이며, 신용융자를 이용하는 거래자는 투자성과가 낮고 투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민기 연구위원의 ‘개인투자자 신용융자거래 현황과 특징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약 24조원으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당시 6조6000억원에서 265% 급증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13조원으로 같은 기간 310% 늘었고, 코스닥시장은 11조원으로 223%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융자규모와 증가율 측면에서는 유가증권시장이 더 높지만, 주식시장 규모 대비 상대적인 비중은 코스닥시장이 훨씬 높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증시가 상승했지만 신용융자잔고의 증가세는 그보다 더 가팔랐다”고 말했다.

또, 투자위험도가 높은 주식에서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9월 말 기준 신용융자잔고의 비중은 소형주의 경우 평균 3.1%로 집계됐으나, 대형주는 1.1%에 그쳤다. 김 연구위원은 “주로 IT·전자 또는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신용융자잔고 비율이 높았고, 이 외 자동차 제조업, 자본재 등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하거나 투자위험도가 높은 업종에서 신용잔고 비율과 변화가 높았다”며 “반면 은행, 보험, 유틸리티, 통신서비스 등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 필수소비 관련 업종의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낮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신용융자를 활용하는 개인투자자가 높은 투자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해당 종목이나 업종에서 신용융자잔고 비중이 높다는 점은 향후 증시의 하방위험이 가중될 경우 이러한 특징을 갖는 종목에서 신용융자가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개인투자자들 중 신용융자를 이용하는 거래자는 대략 5.5%로 낮은 수준이나, 이 중 위험 감내 수준이 낮은 소액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자산 규모별 투자자 비중의 경우 신용융자 거래자 내 평균 1000만원 이하인 투자자 비중이 37%로 가장 높았고, 1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는 26%, 30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는 24%, 1억원 초과는 13% 순이었다”며 “평균 순자산 3000만원 이하인 위험 감내 여력이 낮은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다수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수익률(거래비용 제외)은 15.8%로 신용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자들보다 4.1%포인트 낮았고, 거래비용을 포함하면 5.9%로 신용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거래자들보다 10.4%포인트 낮았다.

김 연구위원은 “신용융자 거래자의 거래빈도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빈도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높았다”며 “이러한 투자행태는 수익률이 저조한 신규 투자자, 젊은 투자자, 소액투자자들에게서 현저하게 나타났으며 이들의 저조한 성과에는 과잉확신과 같은 행태적인 편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신용융자 거래는 무분별하게 활용되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투자자의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