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LG에너지솔루션, 적정 시총 100조…따상 성공시 SK하이닉스 앞서”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1-10 13:21 수정일 2022-01-10 17:54 발행일 2022-01-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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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의 기업공개(IPO) 규모로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증권가 예상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범위의 최상단인 30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마저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투자자의 수급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영국 스톡익스체인지(FTSE) 등에 편입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호재지만, 이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게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25만7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공모금액은 10조9225억원이다. 이는 종전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10년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제치고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다. 게다가 공모가가 희망 범위의 최상단에서 결정된 뒤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까지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182조원으로 SK하이닉스를 앞서게 된다. 하지만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따상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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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원대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101조원, 목표주가는 43만원을 제시했다. 주민우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완성차 기업 대부분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그 중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는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많은 JV를 설립해 향후 추가 수주, 신기술 개발, 원료 확보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주 연구원은 “수주잔고에 기반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은 오는 2025년 약 420기가와트(GWh)까지 확대돼 국내 경쟁사들과 2배 이상의 격차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테슬라에 이어 현대차, 루시드모터스, 리비안 등이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임에 따라 원통형 배터리 2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수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증권은 적정 시가총액으로 100조원을 제시했다. 박찬솔·윤혁진 연구원은 “일반투자자 공모 금액이 이전 사례보다 워낙 크다 보니 청약 경쟁률이 얼마나 될 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일반투자자 공모 균등배분 50%와 증권사 중복 청약이 불가능해진 카카오뱅크 IPO 공모 당시 청약 증거금이 58조3000억원이 몰린 것과, 최근 대출규제 영향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은 30조원을 충분히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청약증거금 50%를 가정할 때 청약경쟁률 20대 1이면 27조3000억~31조9000억원의 자금이, 청약경쟁률 30대 1이면 41조~47조8000억원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며 “이는 일반 단기 자금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4%의 매출 성장이 예상되고, 스텔란티스와의 JV 및 자체 북미 공장 등 주요 공장들이 2025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기 때문에 2025년 이후에도 고속 성장이 가능하다”며 “상장 후 주가 변동성이 높을 수 있지만, 화재 리콜에 대한 리스크 요인을 완전히 해소하고, 메탈 가격 상승에 따른 배터리 원가 부담 요인을 원활하게 전가하고, 리튬, 니켈 등 투자로 소재 조달의 안정성을 높인다면 경쟁사와의 밸류에이션 차이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은 적정 시가총액으로 103조원을 제시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높은 종목들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고경범 연구원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매파적 행보에 따른 성장주 조정, 특히 테슬라의 주가 하락은 글로벌 배터리 업종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의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경쟁사인 CATL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하락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은 기존 125조원에서 103조5000억원까지 낮아진다”고 밝혔다.

고 연구원은 “다만,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수준이 높았던 종목 중 펀더멘털, 모멘텀 부족 시 매도유인이 높아지는 종목과 상장 이후 오버행 이슈가 존재하는 종목은 비중축소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대비 초과 수익률이 41%포인트이기 때문에 매도 가능성이 높고, 크래프톤은 상장 이전 벤처캐피털 지분(0.64%)의 출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에스디에스의 이부진 대표,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매각은 신탁계약과 연계돼있어 4월 25일 이전에 진행돼야 하는데, 이 부사장의 삼성에스디에스 지분 매도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장주식수 대비 3.9% 규모로 매도 압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