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승인에… 국내 바이오·진단키트株 ‘긴장’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2-23 16:38 수정일 2022-05-24 11:09 발행일 2021-12-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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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미 FDA 승인받은 화이자 코로나 치료 알약 ‘팍스로비드’ (제공=화이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를 첫 승인했다는 소식에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다루던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연일 약세다. 진단키트 종목들의 흐름도 좋지 않다. 미국의 또 다른 제약사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도 승인을 앞두고 있어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바이오 업종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5000원(-0.55%) 하락한 8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01% 하락 마감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이날 오전에는 상승 출발했으나 바로 하락 전환한 뒤 장중 88만2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로 언급됐던 현대바이오(-9.12%), 일동제약(-3.83%), 한국비엔씨(-5.14%) 등의 주가도 일제히 급락했다.

같은 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보다 3500원(1.42%) 오른 2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77% 하락 마감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장중 23만40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1000만회분 선구매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 진단키트 종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씨젠은 같은 시각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2400원(-3.72%) 하락한 6만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휴마시스는 800원(-4.69%) 하락한 1만6250원에, 엑세스바이오는 450원(-2.85%) 내린 1만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FDA는 미국의 제약사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긴급 사용을 첫 승인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이 이뤄지면 즉시 사용할 수 있다.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는 것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중증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준다. FDA에 따르면 병원 밖에서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는 조건은 코로나19 감염 시 입원 가능성이 높은 노인, 비만, 심장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성인과 12세 이상 소아 환자다. 몸무게는 40kg 이상이어야 하며, 감염 증상이 나타난 직후부터 닷새 동안 12시간마다 복용해야 한다.

화이자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중증 질환 위험이 큰 코로나19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데 90%의 효과를 발휘했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팍스로비드는 18만코스(1코스당 30알)이며, 미국에는 6만~7만코스가 배정됐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내년도 생산 물량을 8000만코스에서 1억2000만 코스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FDA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 중대한 시기에 코로나19에 맞서 싸울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다”며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들이 보다 쉽게 항바이러스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팍스로비드가 승인을 받으면서 기존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제조를 맡았던 국내 기업들의 투자 매력이 저하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FDA가 미국의 또 다른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품목 승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경쟁에서 더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의 파급력에 대해 나온 정보가 많지 않다”며 “국내 백신 관련 종목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