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도자료' 파문 램테크놀러지, 주가 급등락에 개미들 '현기증'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1-25 11:43 수정일 2021-11-25 15:59 발행일 2021-11-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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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테크놀러지 전경(사진=램테크놀러지)

반도체 소재 기업 램테크놀러지가 새로운 ‘개미 무덤’으로 언급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가짜 보도자료’ 논란이 거세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회사와 IPR 대행사의 한 마디에 주가는 속절없이 큰 폭으로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일 뿐이다. 한국거래소는 해당 사건으로 시세차익을 거둔 ‘세력’이 있는지 우선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램테크놀러지는 전 거래일 대비 420원(4.36%) 오른 1만50원에 거래 중이다. 램테크놀러지의 주가는 이날 오전 상승 출발해 장중 1만13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3~4%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지난 22일 액체와 기체 형태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되면서 전날 종가 대비 상한가인 8890원에서 종가를 형성한 바 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공정의 핵심 원료로 일본이 그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램테크놀러지가 일본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기체와 액체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램테크놀러지의 주가는 다음 날에도 상승 출발해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램테크놀러지의 IR 대행사인 IFG파트너스가 해당 보도자료가 회사 측이 만든 자료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하락 전환한 뒤 16.65% 급락한 7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시 램테크놀러지는 “지난달 1일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정제 방법, 장치’에 대해 국내 특허를 등록한 것은 사실이나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는 없다”며 “램테크놀러지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단일 금속 불순물의 농도를 ‘1000조분의 1’이 아닌 ‘1조분의 1’이하 수준으로 제거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회사의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정제방법 및 장치’에 대한 국내 특허를 등록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24일 재차 램테크놀러지에 몰리기 시작했고, 주가는 다시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평균 10만주를 웃돌던 램테크놀러지의 거래량은 가짜 보도자료가 퍼졌던 날 612만861주로 치솟은 뒤 16% 급락했던 23일에는 2487만2246주에 달했다. 다시 상한가로 치솟은 24일 거래량은 2338만3759주에 달했고, 이날 오전 11시 현재 1397만6561주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램테크놀러지의 초고순도 불화수소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가 혼란을 빚고 주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한 게시판에는 ‘폭탄 돌리기 중’, ‘천당 천당 지옥 천당’, ‘어제는 아니라더니 왜 오늘은 맞다고 하느냐’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시장은 회사의 기술 개발 현황을 알고 있는 내부인이 이익실현을 위해 주가조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램테크놀러지 주식 매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거둔 세력을 파악한 뒤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램테크놀러지의 사례와 같이 허위 사실을 뿌려 주가를 조작하는 사례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금융위에 통보된 불공정거래 혐의는 350건이며, 그 중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175건으로 거의 절반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돼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통보했거나 사전에 검찰 총장과 협의한 사안 등에 대해 과징금을 매기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과징금은 위법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인해 회피한 손실액의 1.5배에 해당한다. 다만 국회 일각에서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과징금 부과를 원칙으로 하는 조건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데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유로 법안이 계류돼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