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호황' 증권업…내년은 '신중모드' 우세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1-11-25 08:34 수정일 2022-02-25 15:35 발행일 2021-11-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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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최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기를 맞은 증권업종에 대해 단기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과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당 매력이 높거나, 위탁매매 외 다른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 등 증권주에 대한 선별적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 3분기까지 영업익 1조클럽 4개사

올해 3분기까지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호황기를 맞았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미래에셋증권(1조2506억원), 삼성증권(1조1183억원), 한국투자증권(1조637억원), NH투자증권(1조601억원) 등 4곳이 이미 영업이익이 1조를 넘어섰다. 키움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연간 기준 영업이익 1조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증권사의 영업이익 증가는 개인투자자 주식 열풍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수료 수익 증가, 자산관리(WM) 수수료 수익 증가, 투자은행(IB) 부문 성과에 기인한다.

다만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주식 거래대금이 점차 하향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4분기 이후부터 증권사들이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코스피 일 평균 거래대금은 11조7583억원으로, 지난 1월(26조4778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월 들어서는 24일 기준 4거래일 동안 일 거래대금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SK증권은 지난 23일 “최근 국내 증시 거래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기본 가정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 며 “내년 국내 증시 거래대금 추정치를 일 평균 35조3000억원에서 29조3000억원으로 수정하고,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을 나타내는 시가총액회전율은 전년도(290%)에 비해 낮아진 235%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장기적 전망 밝아” vs “아직 낙관 일러”

주식거래 감소 움직임은 증권사들의 수익 추정에 보수적인 시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도 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의 장기 전망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내외로 10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데 비해 채권금리는 국채 3년물 기준 10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즉,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금리 하락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상승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향후 국내 주식의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인구구조 변화로 퇴직자가 증가해 이들이 주식투자에 뛰어들며 주식 투자의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 상반기 기저효과 및 앞으로 다양한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증권사 손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식 거래량보다도 채권금리 상승”이라며 “최근 채권금리 상승 추이를 비롯해 내년 물가상승 압력,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국내 부동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올 한해 증권사 수익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내년에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해외 비즈니스가 나아질 가능성도 있어 내년 증권사들은 전반적으로 ‘굳히기 전략’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주 선택, 고배당·WM·IB 실적 등 따져야

최근 두 달간 KRX증권지수는 5.41%가량 하락해 이 기간 코스피 하락률(6%)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단기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는 만큼 배당 매력이 높거나, WM·IB 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개별 종목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금융·증권주 가운데 삼성증권(7.98%), NH투자증권(7.10%), 우리금융지주(6.77%), 하나금융지주(6.66%), DGB금융지주(6.51%), BNK금융지주(6.31%), JB금융지주(6.10%), 신한지주(5.63%), 한국금융지주(5.24%), KB금융(5.16%) 등 10곳의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배당수익률은 5.2~7.3%에 달한다”며 “올해부터 실시하는 중간배당도 금융·증권주 주가에 강한 하방 경직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 부문(IB)의 성장이 예상되는 종목을 선택하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까지 증권사 수익창출이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기인했다면 내년부터는 구조적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할 수밖에 없어 WM·IB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미국처럼 온라인 수수료가 거의 무료 수준이 되거나, 핀테크를 내세운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위탁 매매보다는 WM 또는 IB 부문을 잘하는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