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역과 작품에 캐스팅될까, 매일 소개팅 나가는 기분이에요.”
배우의 연기에서 ‘물 만난’ 모습을 보는 건 관객에게 큰 재미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바로 그렇다. 배우들은 러닝 타임 내내 역할 그 자체의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배우에서 출발해 수준급 단편영화를 거쳐 첫 장편작을 내놓은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는 몇 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그린다.
오나라는 인기작가 현(류승룡)과 이혼 10년차인 싱글맘이자 그의 절친 순모(김희원)와 비밀연애 중인 미애 역할을 맡았다. 현과 순모는 30년지기 우정을 넘어 출판사 사장과 작가로 엮인 관계. 설정만 보면 법적으로 문제 없는 사이지만 대놓고 공개하기도 뭐한 상황이다.
“나중에 연애가 밝혀지고 남자끼리 술을 마시다 ‘미애는 내가 먼저 좋아했다’는 순모의 대사를 통해 제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힌트를 얻었어요. 세 사람은 말은 안 해도 다 알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불도저처럼 들이댄 현과 결혼을 했고 이후 힘들어하고 아파한 과정을 순모가 보다듬으며 사랑이 싹튼 관계라는 게 느껴졌죠.”
“꿈을 이룬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했어요. 작은 배역이라도 즐기면서 했습니다. 이름이 없는 역할이라도 제가 배역이름을 정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습했던 시절이었죠. 만약 철 없던 20대에 큰 배역을 맡고 책임감 속에서 연기했다면 지금처럼 즐기진 못했을 거예요.”
“최근 눈여겨 보고 있는 배우는 장기용씨요! 참 매력적인데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군대를 갔더라고요.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는 누가 뭐래도 박해준씨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첫 사랑으로 나왔는데 처음 만난 날 슬프고 어두운 촬영을 해야 해서 아쉬움이 남아요.”
출가한 남자친구를 만나는 이 장면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나의 아저씨’에서 여러번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오나라가 초면임에도 극에 몰입하기 위해 “그런데 한 번만 안아주실 수 있냐?”고 했고 박해준이 말없이 딥 허그를 하며 배우로서의 교감을 나눴다.
“학창시절에는 시끌벅적하고 화통한 스타일이라 인기가 많았죠. 돌이켜보면 망가지면서 웃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어지간하면 떨거나 긴장하지 않는 걸 보면 무대가 체질인 것 같기는 해요.(웃음) 지금 그때처럼 춤추라고 하면 분명 어디 한 두 군데는 부러지겠지만. 이 길을 걷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