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8곳 자산건전성 악화… 해외대체투자 부실 발생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0-28 09:50 수정일 2022-05-24 13:47 발행일 2021-10-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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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 8곳(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KB증권)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대체투자 부문에서 이자연체와 채무불이행 등이 발생한 탓이다.

2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 8곳의 올해 6월 말 현재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 규모는 19조8000억원이다. 전체 규모는 지난해 말(18조8000억원) 대비 1조원 늘었지만 이익 누적에 따른 자본력이 확대되면서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4%로 전년 말(43.0%)보다 소폭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규희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일부 해외대체투자의 부실이 건전성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호텔·항공기 등의 자산 관련 투자에서 이자연체와 채무불이행 등의 부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투자대상별로는 부동산이 11조원(55.5%), 특별자산이 8조8000억원(44.5%)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은 오피스(28.82%), 호텔·콘도(13.4%) 순으로, 특별자산은 가스관·터미널(10.2%), 기업금융(10.1%), 발전소·에너지(10.0%) 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10조1000억원(51.2%), 유럽이 6조2000억원(31.1%) 순으로 선진국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헝다그룹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지역의 익스포저는 4127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의 2.1%에 불과하다.

투자형태별로는 사모 투자신탁이나 블라인드펀드 등을 이용한 수익증권투자가 11조6000억원(56.4%)를 차지했으며, 자산 측면의 상환순위는 회수가능성이 낮아 투자위험도가 낮은 중·후순위 및 지분성 투자비중이 14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71.1%를 차지했다.

건당 평균 투자기간은 7년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 대비 자금 회수 및 수익 실현에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투자기간이 10년이 넘는 장기 익스포저는 3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1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 익스포저 규모는 하나금융투자가 4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증권(3조8000억원), NH투자증권(2조6000억원), 메리츠증권(2조6000억원)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하나금융투자(93.8%), 메리츠증권(54.6%), 신한금융투자(43.8%), NH투자증권(43.6%)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의 올해 6월 말 익스포저는 전년 말보다 늘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증가율이 각각 89.3%, 49.8%로 가장 높았으며, 메리츠증권은 19.5% 줄었다. NH투자증권은 인프라와 사회간접자본(SOC) 등 안정적인 특별자산 중심으로 신규투자를 확대했으며, KB증권은 선진국 주요 도시의 오피스 위주의 신규투자를 단행했다.

이규희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건전성 저하는 선진국 중심의 집단면역 형성과 함께 중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백신 보급과 실물경기 회복으로 해외대체투자 관련 위험이 작년보다 완화되고 있는 점, 이익누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으로 초대형사의 투자여력이 확대된 점을 감안할 때 일시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된 해외대체투자는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러나 현존하는 거시경제와 증권사의 영업환경 관련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해외대체투자 현황 및 위험도에 대한 분석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세계 각국 금리인상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축소) 시행으로 자산가격 상승기조 지속여부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스태그플레이션과 중국 부동산시장 리스크 확대 등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최근 시장거래대금감소로 인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익규모가 위축되고 있어 업권의 전반적인 수익성 둔화가 우려되는 점은 해외대체투자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완충(buffer)이 축소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