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조달러 돌파에도…웃지 못하는 서학개미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0-27 11:15 수정일 2022-05-24 13:47 발행일 2021-10-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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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테슬라가 3분기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를 한 달간 9300만달러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더불어 인공지능(AI), 보험, 에너지 등을 종합했을 때 테슬라의 주가 상승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9월 27일~10월 26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를 9억3149만9062달러어치 팔았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869억원이며, 전체 해외주식 중 가장 큰 매도 금액이다. 테슬라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아치운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QQQ 상장지수펀드(PROSHARES ULTRAPRO QQQ ETF) 매도 금액(5억430만달러)과 비교했을 땐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기간을 올해 7월(7월 1일~10월 26일)부터로 늘리자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매도 규모는 33억3664만달러(약 3조8935억원)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 다음으로 매도 금액이 가장 많은 애플(15억4533만달러)의 2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는 3분기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천슬라(테슬라의 주당 1000달러 돌파)’는 물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조달러클럽’에 올라 국내 투자자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미국 시간) 테슬라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6.43달러(-0.63%) 하락한 1018.43에서 거래를 마쳤는데, 이날 장중 1094.94달러까지 오르다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25일 테슬라의 주가는 하루만에 12.66% 급등한 1024.86달러에 종가를 형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00달러를 넘어섰다.

테슬라의 주가 상승은 3분기 실적 호조 덕분이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액은 13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8% 오르며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했는데, 영업이익은 147.7% 오른 2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하이투자증권 조희승 연구원은 “매출 성장은 차량 부문의 판매량 증가에서 기인했는데, 반도체 칩 부족과 물류 대란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의 핵심 변수는 생산량과 수익성인데, 이 두 가지 모두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며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기존 추정치인 78만4000대를 훌쩍 넘기겠고, 수익성도 현재 상승 추세를 감안할 시 2025년 목표로 세웠던 18%를 2023년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장기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조희승 연구원은 “내년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초기에는 영업마진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면서도 “연초 우려가 있었던 상하이 공장의 성공적인 가동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우 연구원은 “테슬라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만으로도 충분한 상승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과 보험, 에너지 회사로서의 가치 등 추가 모멘텀까지 감안하면 상승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공격적인 자율주행 기능 출시는 기존 자동차 사업의 매출 구조를 바꾸고, 인공지능 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테슬라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