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이번엔 17조 디폴트 위기…협력사 3천억 사모 달러채 미상환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10-08 14:18 수정일 2022-05-24 14:05 발행일 2021-10-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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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select CHINA EVERGRANDE GROUP <YONHAP NO-5504> (EPA)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3000억원대의 사모 달러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17조원대 규모에 달하는 헝다의 공모 달러 채권이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헝다 협력사인 홍콩 쥐샹(鉅祥·Jumbo Fortune))이 발행한 2억6000만달러(약 3100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이 지난 4일 만기가 도래했으나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헝다는 이 채권의 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에 예정됐던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해당 채권들은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는 공모 채권이지만, 이번 사모 달러 채권은 금융시스템 장애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유예기간이 없다. 채권자와 헝다 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디폴트 상태에 빠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채권자들은 8일 헝다에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과 내용증명을 송부할 예정이다. 홍콩 관계 법령에 따르면 채무자가 내용증명을 받은 지 21일 이내에 빚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파산 신청할 수 있다.

헝다의 전체 빚 규모가 350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3000억원대 규모는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대규모 연쇄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이번 채권처럼 역외에서 발행한 달러 채권은 공모 채권이 10건에 걸쳐 142억달러(약 17조원) 사모 채권이 6건에 걸쳐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인데, 공모 달러 채권의 계약서에 헝다나 그 계열사가 2000만달러 이상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해당 채권 역시 교차 디폴트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쥐샹 사모 채권에 최종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되면 만기 여부와 관계없이 17조원에 달하는 공모 달러 채권이 모두 디폴트 발생으로 처리돼 헝다 사태가 통제 불능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헝다가 부동산 관리 사업 계열사인 헝다물업의 지분 51%를 약 400억홍콩달러(약 6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통해 연쇄 디폴트 사태를 피하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