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시중은행 추가자본 적립 추진"… '소비자경보' 실용성 확보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1-10-07 13:33 수정일 2021-10-07 14:17 발행일 2021-10-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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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연합)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7일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경기대응 완충자본이란 유동성이 과도하게 풍부할 때 금융회사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해 대출을 억제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적립한 자본을 소진할 수 있게 하는 정책수단이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난 은행에 추가 자본을 더 많이 적립하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 원장은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 증가 및 자산가격 변동성 확대 등 과잉 유동성에 기인한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여 금융시스템 복원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신용대출이 금융시장 리스크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는 지적에 정 원장은 “최근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였다”며 “신용대출은 단기대출이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특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금융시장 여건이 반전됐을 때 업권별로, 시장별로 위험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며 “충격받을 만한 곳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저축은행 등에 대해서는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을 추진한다. 다중채무자의 대출 금융기관 수에 따라 충당금 적립률을 130∼150%로 높이는 것이다. 동시에 다음 달 완료하는 채권은행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구조적 부실기업’을 솎아내 구조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빅테크 금융플랫폼에 대한 감독 방안도 마련된다.

정 원장은 “빅테크의 금융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영업행위 규제 등 합리적 감독방안을 마련해 디지털 플랫폼과 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 질서가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서 심사의 경우 연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42곳 가운데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 FIU가 신고서를 수리한 곳은 현재까지 업비트와 코빗뿐이다.

‘제2의 머지플러스 사태’를 막기 위한 실태 파악과 제도개선도 추진된다. 우선 금감원은 전자상품권 발행업체 가운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곳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현재 행정지도로 운영하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테마주와 급등주 감시도 강화된다. 증권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관 인력 확충 문제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헬스케어펀드와 헤리티지펀드 등 남아 있는 사모펀드 분쟁도 판매사의 동의와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순차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취약계층·생계형 민원 ‘패스트트랙(신속경로)’ 처리 △관계형금융 활성화 △법인보험대리점(GA)의 제재 회피 차단방안 시행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대비 자영업자 유동성 상황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금융지주회사의 연결기준 외화유동성 규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정무위에 보고했다.

◇소비자 경보 시스템 ‘뒷북’...“실효성 높이는 방법 찾겠다”이날 국감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 시스템이 사전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에 관련해서 “‘소비자 경보’의 자세한 내용 파악을 위해서는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는 방법뿐이라 정보의 전달 방법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이는 결국 발령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초부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투자) 등 문제가 지적됐지만 올해 9월에서야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며 “소비자 경보가 금융 위험에 대한 ‘사전 예방’ 취지에 부합한지 검증이 필요해 보여 실효성 제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신보험에 대한 소비자경보 문제도 지적됐다.

김 의원은 “최근 금감원이 종신보험에 대해 3차례에 걸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탓에 종신보험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만일 금융상품이 문제의 소지가 컸다면 상품출시 전 약관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걸렀어야 한다”며 금감원의 업무처리 방식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소비자 경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고 금융을 이용하라는 취지”라며 “법적 강제력은 없고 금융소비자가 합리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높이는 방안으로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