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박스권인데…외국인은 韓 증시 삼전 위주 쇼핑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9-28 13:29 수정일 2021-09-28 17:25 발행일 2021-09-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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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가운데, 매수 자금이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수급 전망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13일부터 27일까지 8거래일 연속 1조81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1조5367억원, 기관투자자가 5648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대조적인 행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들 중 삼성전자의 순매수 금액이 1조1505억원으로 2위인 SK하이닉스(2017억원)의 5배 이상 많다. 외국인 순매수 자금의 대부분이 삼성전자로 들어간 셈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이 밝다.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디램(DRAM)과 낸드(NAND)의 가격 상승, 스마트폰 출하량 회복, OLED 가동률 상승, 환율 효과 등이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 이유”라며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둔화와 디램 현물가격 하락세 둔화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과도한 하락을 만회하는 주가 반등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2017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540억원), 크래프톤(1497억원), SK이노베이션(1094억원), LG화학(1081억원), HMM(1013억원), 기아(1000억원), 대한항공(884억원), POSCO(867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분포해있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땐 미미한 수준의 금액이며 업종도 다양하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외국인 매수세를 일시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형주에 대해선 특별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외환시장도 한국 주식 매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중국 헝다그룹 사태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으로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어 외국인 매수세가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형주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들 중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이익 전망치가 전보다 낮다”며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음 달 국정감사 등 추가 규제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주가를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릴 가능성은 낮아보이며, 이는 대형주 상승 탄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경민 연구원은 “미국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에 6개월 만에 자금이 유입된 점에 주목할 만 하다”며 “이는 글로벌 IT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각 변화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되는 가운데 연말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이를 앞두고 가시화되는 재고축적 수요 모멘텀이 반영된 결과”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그 동안의 일방적인 원화 약세 흐름은 진정되는 양상이며, 달러 강세와 비례한 원화 약세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를 매도할 이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수급은 충분히 더 개선될 수 있다”며 “코스피와 반도체 업종에서 낮아질대로 낮아진 외국인 지분율과 4분기 글로벌 펀더멘털 동력은 코스피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