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 국내 금융사 ESG원칙과 프로세스 정립 필요"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8-18 11:22 수정일 2021-08-18 11:25 발행일 2021-08-18 99면
인쇄아이콘
국내 금융사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ESG 요소가 실제 운영에 충분히 반영되고 투자자의 ESG 수요에도 부합한 금융상품으로 연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주요 금융사들의 경우 분명한 ESG 원칙과 프로세스를 마련해 자사의 ESG 경영을 실질화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ESG 경영을 타사로도 확산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ESG 요소를 전사적 경영전략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회사내 ESG 지배구조 강화, ESG연계 리스크 모니터링 내실화, ESG 분야 금융지원 확대 등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일부 금융회사나 공적 투자자를 제외한 국내 금융권의 ESG에 대한 대응은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평가다.

또 국내 ESG 펀드와 ESG 채권 발행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나, 상품과 서비스의 양과 질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 발행규모는 2018년 6000억 원에서 2020년 54조1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공기업이 기존 채권에 ESG 인증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실질적인 ESG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 ESG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는 2020년 7월말 기준 총 26개가 있으며, 순자산 규모는 전체 국내 공모펀드 순자산의 0.16%에 불과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금융회사의 ESG 경영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금융사 사례를 제시하며 ESG 경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ESG 원칙과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SG 요소가 금융사의 일상적인 운영과 영업에 작동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고, 사내 ESG 문화를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ESG 경영 원칙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골드만삭스의 경우, 주요 ESG 원칙은 ‘환경 정책 프레임워크‘(Environmental Policy Framework)에 정리되어 있다. 이 원칙의 핵심은 ESG 요소를 모든 시장 리스크와 동일하게 중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취급하고, 사업 선정 단계에서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에 있다. JP모건 역시 모든 주요 자금의 공급과 중개 업무에 ESG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금융사는 자체의 ESG 수준을 제고하는 ESG 경영뿐만 아니라 타사에 대한 ESG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기반해 자금을 공급하거나 억제하는 역할도 중요시 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나 투자기업에 있어서 우려되는 ESG 사항을 인지시켜주고 추가 정보 제공, 공시 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업관여를 활용하고 있다. 블랙록의 경우 2020년에 2110개 기업 대상 3501건의 기업관여를 실시했고, HSBC는 자산운용 및 투자은행 사업 중심으로 2020년 2300건의 ESG 이슈와 관련해 기업관여를 수행했다. 이러한 기업관여가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금융사 자체의 높은 ESG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도적인 ESG 경영으로 평가받는 블랙록은 기업관여를 통해 ESG 관련 우려사항이 해소되지 못한 경우 이사나 경영진 연임 반대 또는 해임 안건을 상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 기업관여 가이드라인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최순영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도 올바른 ESG 경영이 작동할 수 있도록 ESG 원칙과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하다”며 “기업관여, 금융상품 개발 등을 위한 국내 금융사의 ESG 역량 제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ESG 인프라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금융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우선 ESG 데이터, 공시 표준화 등 시장기반 마련을 위해 금융당국, 국제기구, 사회단체 등 여러 주체와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SG 경영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