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먹거리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것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1-08-09 14:21 수정일 2021-08-09 14:23 발행일 2021-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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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길모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최근 BTS 세트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맥도날드가 식자재 재활용 문제가 발생하며 위기를 맞았다. 햄버거병 논란 이후 4년 만에 또 다시 소비자들의 불신을 살 만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 맥도날드 점포에서 자체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폐기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유효기간 스티커를 덧붙여 재사용한 사실이 공익신고자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생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한 것이라며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맥도날드는 해당 점포의 점장에게도 징계가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자체 유효기간은 2017년에 촉발된 이른바 ‘햄버거병’ 사태 이후 맥도날드가 안정성과 위생상태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선보인 것이다. 당시 한 어린이가 덜 익은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저하됐다고 알려져 사회적으로도 큰 비판을 받았다.

그 사건 이후 맥도날드는 위생·안전문제와 갑질 논란 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렸다. 한때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을 선도하던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맥도날드는 과거의 영광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식자재 자체 유효기간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지난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맥도날드가 다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졌다. 맥도날드가 더 이상 보여주기식 자구책이 아닌 진정한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