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업평가와 금융상품 평가기준 구분해야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7-22 10:36 수정일 2021-07-22 12:22 발행일 2021-07-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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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업평가와 채권평가
(자료=나이스신용평가)

“A라는 기업의 ESG 채권에 대한 평가결과가 좋으면 A기업의 ESG 활동도 좋다고 볼 수 있을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언과 투자 확대가 늘면서, 좋은 평가점수를 받기 위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과 ESG 버블도 증가하고 있다.

ESG 평가기준의 표준화와 함께 기업과 금융상품에 대한 ESG 평가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의 스페셜리포트 ‘글로벌 ESG 평가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ESG 평가는 평가 대상에 따라 ESG 기업평가와 ESG 금융상품(대부분 채권) 인증평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ESG 기업평가란 대상기업의 E, S, G라는 이질적인 부문에 대한 각각의 평가를 종합해 하나의 등급기호 또는 점수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평가가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지 않아 대상기업으로 부터 별도로 제공받은 세부자료 없이 사업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공시자료를 토대로 평가가 진행된다. 게다가 평가기관별로 평가철학, 관점 및 목적에 따라 평가세부항목과 가중치 등 방법론이 매우 상이하고, 평가결과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평은 “해당 기업의 ESG 전반적인 상태를 직관적으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ESG 평가에 대한 해석논란과 함께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ESG 채권 평가는 프로젝트별로 녹색채권(E), 사회적채권(S) 또는 E와 S가 결합되어 있는 지속가능채권이 평가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다. 평가방법론은 국제기준(대부분 ICMA)에 기반을 두고 정립돼 있어 기업평가 대비 상대적으로 결과값이 일정하다.

또 대부분 발행사의 의뢰를 통해 평가가 진행되고 발행사에서 관련 자료를 제공받고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평가가 수행돼 자의적인 판단의 여지가 적고, 보다 충실한 분석이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어느 기업의 ESG 채권에 대한 평가결과가 양호하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전반적인 ESG 활동이 양호하다고 볼 수는 없다. 권진혁 투자평가본부 나이스신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시작된 ESG 채권에 대한 평가(등급화)로 인해 마치 채권에 대한 등급이 기업등급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또 ESG 채권 평가 이후 사후 평가도 중요하다. 조달된 자금이 적절히 집행되고, 이로 인해 환경 및 사회적 효과성이 실제 증진되는지 여부다. 현재 국내는 극히 일부 외부기관의 사후검토를 제외하면 발행사의 자체적인 사후보고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진혁 선임연구원은 “기업은 조달된 자금이 계획대로 적절히 사용되는지, 이로 인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를 일정시점까지 정기적으로 정보공개하고 제3자 검증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ESG 채권은 발행사의 자금사용에 있어서 적합한 프로젝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최근에는 자금사용의 목적성 제한이 없는 지속가능연계금융으로 평가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속가능연계채권과 지속가능연계대출의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해외의 다양한 평가기관이 지속가능연계금융에 대한 평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속가능연계상품의 발행이 전무하고, 관련규정이나 평가방법도 갖춰져 있지 않아 관련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SG 경영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