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사일생 ‘SUV 명가’, 마지막 명예 불태울 수 있게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1-07-22 13:46 수정일 2021-07-22 13:47 발행일 2021-07-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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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기자

쌍용자동차는 국내 첫 SUV 모델인 ‘코란도’부터 4WD SUV인 ‘무쏘’ 등 SUV 명가라 칭할 만큼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남성미가 뿜어져 나오는 디자인 정체성은 고정 팬을 확보할 정도의 강렬한 아우라를 뽐냈다.

쌍용차의 시련은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장 점유율 2위였던 기아자동차가 단숨에 몰락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존심을 걸었던 삼성자동차도 정부의 구조조정 칼날에 속절없이 스러지던 때다. 쌍용차 역시 버틸 재간이 없었다.

1998년 대우차에 매각된 쌍용차는 1999년 대우그룹의 공중분해로 갈 길을 잃었다. 이후 중국 상하이차를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20년 시련의 서막이었다. 상하이차는 재투자 없이 기술만 쏙 뽑아먹는 전형적인 ‘먹튀’를 자행했다.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2000명 이상의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의 극단적 선택까지 가는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의 인수도 결과론적으로 시행착오의 반복이었다. 상하이차보다 투자에 대한 진정성은 있었지만, 결국 잇속 챙기기에 바빠 쌍용차의 장점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었다. 마힌드라가 떠난 뒤 쌍용차는 임직원 2년 무급 휴업 등 다시 살기 위한 옥쇄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원 불가라며 매몰차게 몰아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흐름에 비춰봤을 때 쌍용차는 비운의 반복이었다. 능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양산과 중형 SUV ‘J100’ 개발 에 전력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쌍용차 생존은 현 정부의 당위성과 직결한다. 정부는 그동안 고용문제를 화두에 내걸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쌍용차 고용문제에 직접 개입했다. 당장 20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쌍용차 존폐를 지금 와서 발뺌하겠다는 건 상하이차 못지 않은 먹튀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우 산업/IT부 기자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