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브랜슨이 물꼬 튼 ‘우주관광’… 베이조스·머스크 등 ‘억만장자 우주전쟁’ 가열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21-07-12 15:32 수정일 2021-07-12 15:37 발행일 2021-07-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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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관광서 메시지 전하는 브랜슨
첫 우주관광에 나선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왼쪽)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선 ‘VSS 유티티’를 타고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뒤 지구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우주 EPA=연합뉴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우주관광 시범비행에 첫 성공을 했다. 비록 1회 탑승에 수 억원이 소요되어 고객층이 제한되겠지만 일단 꿈의 우주관광 시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민간 베이스의 이번 우주비행 성공을 계기로 달 정복과 화성 탐사 등 억만장자들의 우주산업 선점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브랜슨은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자신의 버진 갤럭틱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에 동료 임원 등 5명과 함께 타고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1시간 뒤 지상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들은 우주 가장자리인 88.5㎞ 고도까지 올라 약 4분 동안 ‘미세 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브랜슨은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동안의 노고가 있었다”며 감격해 했다.

18일로 만 71세가 되는 브랜슨은 이번에도 괴짜 모험 사업가의 기질을 여지 없이 보여주었다. 그는 15살에 고교를 중퇴하고 학생용 잡지 ‘스튜던트’ 발간으로 사업에 뛰어든 후 우편 주문 음반 판매회사 버진 레코드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어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과 통신업체 버진 모바일 등 40개 계열사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켜 1999년에는 영국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브랜슨의 이날 ‘기행’은 억만장자들의 ‘스타워즈’에 불을 댕겼다. 우주전쟁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는 브랜슨의 첫 우주 관광을 축하하면서도, ‘관광’과 ‘궤도비행’의 차이를 언급하며 사실상 평가절하했다. 궁극적으로 우주전쟁의 승자는 자신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세 억만장자의 ‘우주 전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오는 9월에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에 일반인 4명을 태워 지구 궤도비행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는 “우주에 도달하는 것과 우주 궤도까지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우주 관광을 한 수 아래로 평가했다. 그는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더 큰 꿈을 향하고 있다.

베이조스 역시 자신의 블루 오리진 우주 로켓이 이번 우주 비행기보다 더 높이 비행했었음을 상기시키며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된다”고 꼬집었다. 그 역시 ‘관광’이 아닌 ‘탐험’과 ‘정복’의 스토리를 써내려갈 태세다.

한편 이번 우주여행의 티켓 가격이 25만 달러(약 2억 87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주를 향하는 ‘부자 여행’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버진 갤럭틱에는 일런 머스크를 포함해 이미 600명 이상의 신청이 몰린 상태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