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론이여, '관종'에겐 무관심을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1-06-14 14:54 수정일 2021-06-14 17:47 발행일 2021-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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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기자는 한자로 ‘기록하는 사람’을 뜻한다. 예전 어느 신문사의 칼럼에서 ‘직업군에서 유일하게 놈 자(者)를 쓰는 부류’라고 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 직업에 쓰이는 한자와 다른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폄훼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다룬 글이었다. 쓰레기와 기자를 합성한 ‘기레기’라는 조롱이 나온 지도 오래지만 한때 기자는 사명감이 남다른 직업이었다.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신념 하에 불의에 맞섰고 부정을 파헤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자정신은 책에서나 봐야 할까. 최근 최연소 연예부장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해 연예계의 뒷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튜버가 화제다. 거대 엔터테인먼트의 그늘과 방송가의 커넥션 등을 통쾌하게 까발린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관종이 아닐까’의심될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

문제는 그가 내뱉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떠나 무수히 기사회된다는 사실이다. 굳이 과거를 들춰야 되나 싶지만 그 유튜버의 현역 시절은 정말 대단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계 9개 단체가 공개서한을 통해 당시 유튜버가 소속되어 있는 매체와 기자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평가할 수는 있지만 악의적인 보도와 인신공격성 기사들은 ‘자신(자신이 다니는 회사)을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에서 기인했던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이후 연예인의 사생활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와 넘쳐나는 제보자들을 양산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보도하는 매체들이다. 취재나 검증은 없고 화제성과 ‘카더라’ 혹은 ‘곧 터트리겠다’는 태도는 높은 피로도를 불러일으키지만 클릭 장사를 하는 매체들에게는 여전히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이제 언론이라면, 기자라면 달라져야 한다. 이 글 마저도 유튜버의 화제성에 출발해서 유감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지’ 말아야 한다. 15년 전 발생한 희대의 보이콧은 결국 그 유튜버에게는 자랑과 훈장으로 남았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배신과 학대, 치졸함이 넘쳐나는 세상, 굳이 거기에 일조할 필요는 없지않은가.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