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생태계 조성 잰 걸음… 주주활동 강화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5-23 11:26 수정일 2021-05-31 15:56 발행일 2021-05-24 3면
인쇄아이콘
IMG_1319
지난 21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ESG플러스 포럼’에서 국내 투자기관·기업·공기업 대표들이 ESG 주요 이슈 관련 ‘토크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국민연금 제공)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 주도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ESG 투자를 내년까지 기금 전체 자산의 절반 수준으로 확대하고, ‘K-ESG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업·금융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형 ESG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주식에 대해 기후변화(환경)와 산업재해(사회)관련된 주주활동을 강화할 방침이어서 기업들의 긴장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연금은 향후 ESG 투자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주식 ESG 평가체계를 개선한다. 기존의 평가체계는 △ 환경(E) 3개(기후변화·청정생산·친환경 제품 개발) △ 사회(S) 5개 (인적자원 관리·산업안전·하도급 거래·제품안전·공정경쟁) △ 지배구조(G) 5개(주주의 권리·이사회 구성과 활동·감사제도·관계사 위험·배당) 등 13개 평가항목에 대해 52개 평가지표로 구성돼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900여개사를 대상으로 매년 2회 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가 D등급 등 낮게 나온 종목에 대해 액티브 투자는 올해 1월부터 초과 편입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했고, 패시브 투자에도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인 경우는 중점관리 대상기업으로 선정해 주주활동과 연계 대응해 왔다. 이 같은 평가체계에서 앞으로는 평가항목과 평가지표를 더욱 확대하고, 지배구조(G)의 가중치 영향력이 컸던 것을 환경(E) 및 사회(S) 평가대상과 가중치를 확대해 균형점을 찾을 계획이다.

또 ESG 평가결과 D등급을 받은 종목에 대해 원칙적으로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편입을 금지한다. ESG 평가 적용 자산군도 확대한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책임투자형)·직접운용(액티브, 패시브) 뿐만 아니라 국내채권 직접운용(회사채), 해외주식 직접운용(패시브), 해외채권 직접운용(회사채, 국공채 등)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주주활동은 더욱 확대된다. 국내주식에 대해 환경·사회관련 중점관리사안을 추가로 선정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환경)와 산업재해(사회) 제안이다. 해외주식의 경우 중점관리사안이 없었던 것을 ESG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중점관리사안을 선정하고, 해외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제정한다.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는 국내외 주식·채권 위탁운용사에 책임투자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책임투자 이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책임투자를 내실화한다.

증권사나 운용사 등 거래기관 평가시 보고서내 ESG 관련 사항 포함여부를 반영해 자본시장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책임투자 및 주주권 행사 관련 리서치, 실행지원을 위해 해외사무소에 인력파견을 추진하고, 해외 연기금들과의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 ESG’가 대한민국 ESG의 표준이 될지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투자 기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ESG 투자는 필수이며, 이를 기금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한국형 ESG 확산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1일 ESG 포럼에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 한국 GDP의 43% 비중이며, 304조원에 달하는 해외투자는 외환보유고의 62% 비중을 넘는다”며 “국민경제의 운명 공동체인 국민연금에도 ESG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원하든 원치 않든 국민연금 ESG가 대한민국 ESG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금융권 등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ESG 체계와 방향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ESG 이니셔티브
K-ESG 이니셔티브 운영조직 (자료=국민연금 제공)

한편 한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ESG’ 모델을 연구하고 내재화하기 위한 ‘K-ESG’ 이니셔티브가 이날 발족돼 김 이사장이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ESG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SG 경영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