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코로나19의 역설…지난해 기업부도율 제로수준 왜?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5-19 13:29 수정일 2021-06-02 22:42 발행일 2021-05-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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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부도율
경제성장률(GDP)와 부도율 (자료=한국신용평가 제공)

지난해 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기업의 부도율이 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기조와 정부의 재정지원책 덕분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의 채무부담이 증가하면서 향후 금리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기업의 상환여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시기에는 왜 부도가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이 지난해 공시한 총 370개 선순위 무보증사채(ABS 제외) 중 부도 발생율은 ‘제로’였다. 경제성장률 -5.1%를 기록한 1998년 외환위기, 0.8% 성장률을 기록한 2009년 세계 금융위기때는 부도가 증가하고 워크아웃 등 기업 구조조정도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였다.

한신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저금리기조 유지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와 회사채 및 금융채 발행시장의 안정적 추세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큰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비교적 우수한 신용등급 업체들로 구성된 점 △기업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 등을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의 부도율이 낮았던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한신평은 “코로나19 시기에 낮은 부도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부도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경기가 저하 추세였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및 일부 비상장 2175개 기업 중 2020년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을 하회하는 기업비중이 40.7%를 기록했다. 수년 간 이자보상배율 1을 하회하는 기업의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있는 점은 기업환경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주체별 GDP 대비 채무비중이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신평은 “당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채무부담이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채무증가세가 지속되고 금리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높은 채무부담이 기업의 상환여력, 금융시스템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책성대출, 해외대체투자 등에 나섰던 금융기관의 잠재적 위험요인도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정책성대출(신규약정 및 만기연장) 규모는 약 150조원 이며, 동채권 규모는 전체 대출 잔액의 10%를 웃도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또 해외 대체투자자산의 부실 위험성도 우려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유 또는 매각한 해외 대체투자자산 중 약 7.5조원(총 투자금액의 16%)이 부실 또는 요주의 자산이다.

코로나19 이후 해외대체 실물자산의 부실이 가시화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종료 후 소비회복, 투자수요가 가시화되는 등 경제회복이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정승재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의 서막이 될지는 앞으로 나타나는 주요 경제 변수들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신용평가에 있어서도 거시환경 변화와 개별기업의 대응능력을 반영해 신용등급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