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결국 LH에 달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1-03-28 14:00 수정일 2021-05-31 17:59 발행일 2021-03-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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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4월 7일이면 새 서울시장이 결정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수행, 차기 대선 후보 구도, 정당의 정치적 경쟁력 등 향후 정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하고 있다. LH투기 사태에다 검찰 개혁 갈등의 여진,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지율 반등 기회를 찾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다. 국회의원 의석수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숫자는 여당이 월등히 우세하다. 광역단체장의 수도 여권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권 판도는 달라진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시장이 소속된 정당의 대선 후보가 서울 표심을 가져갔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는데 서울시장은 민주당의 조순이었다. 2007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때 서울시장은 같은 당의 오세훈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선거에서 패했지만 서울 득표는 문 후보가 더 많았다. 서울시장은 같은 당의 박원순이었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선거는 구도. 이슈, 후보로 결정된다. 이번 선거는 구도로 보면 ‘정권 안정’보다는 ‘정권 심판’에 더 힘이 실린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고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슈는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결과를 지배한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결정적인 이슈는 ‘LH사태’다. 리얼미터가 YTN과 TBS의 의뢰를 받아 24일 실시한 조사(서울1042명 유무선자동응답 및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응답률12.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서울시장의 중점 현안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41.8%로 가장 높았다. ‘LH사태’의 여파가 가장 크다는 의미다. 3월 초만 하더라도 박영선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양자 대결은 박빙의 승부였다. 어느 누가 더 앞선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의 경합이었다. 그렇지만 ‘LH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판세는 달라졌다. 중도층 민심은 제 1야당인 국민의힘 쪽으로 결집됐다. 선거일까지 남아있는 시간 동안 판세는 얼마든지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판세 변화의 출발점은 ‘LH사태’ 국면으로부터 박영선 후보가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에 오롯이 달려 있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는 ‘LH사태’ 여파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부동산 이슈가 서울시장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공공개혁을 돌아보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북한, 개혁 대통령 유형 중에서 개혁 대통령 쪽에 가깝다. 촛불 민심이 기대했던 과제는 더 이상 국정 농단이 없는 혁신을 여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 또한 공급이나 세금보다 더 시급했던 것은 개혁이었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 거래자 사이의 담합행위, 비공개정보를 통한 부당 이익 등을 경계해 왔다. 제때 공공개혁을 하지 못한 불통은 선거로 튀고 있다. 누가 되든 간에 서울시장 선거는 고스란히 ‘LH‘에 달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