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자산버블 붕괴 시그널, 대책은 있나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1-03-09 16:52 수정일 2021-03-09 16:52 발행일 2021-03-10 3면
인쇄아이콘
김용범 차관, 거시경제 금융회의 주재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산 버블 붕괴의 시계가 빨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단행된 저금리,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자산 가치가 상승했고 침체된 실물경기와의 괴리감을 극대화시켰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이 지난 주말 상원을 통과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로 상승했다. 이를 따라 한국 시장금리도 들썩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에는 연 2.028%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으로 2%를 웃돈 것은 2019년 3월 이후 2년 만이다.

경기부양책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원유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도 공급측 요인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며 비용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된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한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완화적인 스탠스를 보여주지만 시장은 조기에 테이퍼링(tapering·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예상한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 비용이 늘어난다. 위험자산인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 감소한다. 저금리를 기반으로 ‘빚내서 투자(빚투)’한 자산시장의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로 쏠렸다. 연준이 개입해 금리상승세를 완화시켜주지 않겠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공식 스탠스는 ‘관망’이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나 은행 자본규제 완화 연장 등 금리제어 조치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준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달리 실제론 미 국채 매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9일 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연준의 미 국채 매입액은 952억 달러(약 108조6232억 원)다. 지난 1월 매입액(727억 달러)은 물론이고 지난해 7월~1월까지의 월 평균 매입액(798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연준은 매월 약 8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 속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1.105%에서 1.62%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1년여만의 최고치에 달하자 연준이 국채 매입량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장에선 “연준도 사실은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의 본심에 대해 미즈호증권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에 만연된 인플레 우려나 금리인상 우려에 대해 파월의장도 속으로는 초조함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채권담당 이미선 연구원은 “연준이 인플레 기대를 부풀리면서도 너무 높은 인플레가 현실화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였다”며 “기대 인플레가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2% 중반)을 크게 벗어나는지 여부가 향후 개입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연구원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주가하락 역시 연준이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며 “최근 미 주식시장은 금리급등에도 비교적 질서 있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연준의 개입가능성을 낮추는 배경이다. 연준이 일드 커브 컨트롤(Yield curve control)이나 장기채 매입확대 등을 활용할 수 있겠으나 액션을 취할 허들은 예상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당분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 및 가파른 금리 상승세에 대한 우려가 병존하며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미 국채 입찰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논의 결과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