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 vs 공매도 '끝나지 않은 전쟁'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2-01 14:23 수정일 2021-06-02 23:16 발행일 2021-0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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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슈퍼 개미’ 시대다. 최근 미국 뉴욕증시는 ‘게임스톱’으로 발칵 뒤집혔다. 미국의 주식투자 앱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기 위해 게임스톱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헤지펀드는 주가 상승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다. 이들의 매도세에 뉴욕증시는 연초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게임스톱은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기자간담회에서 첫 번째 질문으로 등장했다. 개별 기업이 FOMC 기자간담회에서 언급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국내 증시에서도 동학개미와 기관투자자들이 연초부터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개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25조85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19조5991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의 1월 순매수 금액은 지난해 전체 순매수 금액의 약 40%다. 두 투자주체가 맞붙으면서 국내 증시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3200선을 뚫기도 했으나 지난달 말 3000 밑으로 내려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미들이 예전 같지 않다. 더 이상 시장의 봉이 아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격언들처럼 개미들의 작은 자금이 모여 시장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누가 이들을 ‘큰 손’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손이 커진 개미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공매도에 대한 불만을 아낌없이 표출하고 있다. 이들의 자금이 많아질수록 목소리에는 힘이 실릴 것이다.

금융당국은 벌써 공매도 금지 연장과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개인과 기관의 ‘쩐의 전쟁’ 승자가 누구일지 지켜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