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경제역설②] 필립스곡선 평탄화…실업률·물가 반비례 ‘글쎄’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1-01-27 14:00 수정일 2021-05-09 15:19 발행일 2021-01-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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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떨어지면 물가 상승, 반대면 물가 하락
두변수 변동성 설명 ‘필립스 곡선’은 逆의 관계
“현실은 평탄화…기술혁신으로 임금상승률 둔화
경기·고용 개선이 물가상승 잇는 파급경로 약화”
경제성장률 하락 이미지
<p>(사진=게티이미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여건과 정책이 변한 가운데, 시장에서 기존 경제학 통념을 뒤집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했다. 기존 경제학이 최근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 듯 싶다.실업률과 물가의 상관관계도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다. 두 변수의 관계는 ‘필립스 곡선’으로 설명된다. 실업률과 물가가 역(逆)의 상관관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수요 증가로 물가가 올라야 한다. 반대로 실업률이 증가하면 돈 쓸 수 있는 사람이 줄면서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물가가 떨어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 등의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덩달아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한 적이 있다.

1950년대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연간 1~2%, 실업률은 3~4%를 맴돌았다. 1980년대 실업률은 8~11%, 인플레이션은 5~11%에 이르렀다. 약 30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모두 매우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필립스 곡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시 전후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서 평평한 형태의 필립스곡선이 나타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지금은 출구 전략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초저금리 유지 의사를 확인했다. (연합)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우리의 목표를 위협할 인플레이션이나 불균형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평평한 필립스곡선을 갖고 있다. 1970년대와 같은 고물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필립스 곡선 평탄화에 관해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미국에서 견실한 고용시장이 유지되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는 현상이 필립스곡선 평탄화와 관련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은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관계는 대체로 음의 관계를 보이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0년 1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계수는 -0.25를 나타냈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변화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혁신에 따른 자동화·무인화, 저숙련 위주의 서비스업 일자리 등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임금상승률이 둔화한데다 경기·고용 여건 개선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파급경로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홍보영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