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왜 미우새가 됐나?…판매사 ‘이중성’ 대해부

조동석 기자
입력일 2021-01-24 16:12 수정일 2021-05-13 08:55 발행일 2021-01-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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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유동성으로 간접투자서 직접투자로 이동
‘헬리콥터머니 힘’ 주식시장 유동성 랠리가 증명
판매사·판매자 이익우선에다 환매중단 사태까지
펀드불신 고조 “판매보수 제공금지로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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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한때 누구나 하나쯤 가입했던 간접투자상품 ‘펀드’는 왜 ‘미운 우리 새끼’가 됐을까.

우선 투자자들이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로 발길을 옮긴 게 가장 큰 이유다. ‘돈의 힘’에서 나오는 주식시장의 유동성 랠리가 이를 보여준다.

아울러 환매 중단 사태로 펀드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배경이 됐다. 여기에는 펀드 판매의 ‘이중성’ 탓이 한몫한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 대해 신의성실(信義誠實) 의무를 다하고 이해 상충 방지 원칙 등을 준수하도록 돼 있으며, 위반 시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책임자를 처벌한다. 또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다른 판매사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 하면 금융회사는 주주 이익 제고 또는 임직원 보상 수준 확대를 위해 판매마진이 높거나 계열사가 운용하는 상품을 취급할 유인(誘因)을 갖는다. 고객과 접하는 직원들은 성과목표 달성 등 개인적인 동기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할 수도 있다. 이게 이중성이다.

최근 펀드 판매사와 고객 사이에서 이해가 충돌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고객의 로열티가 떨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해상충 방지 대안으로 판매사들이 특정 상품을 선호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개편했다. 영국·네덜란드·호주는 판매사가 펀드 판매 대가를 해당 펀드로부터 받는 것을 금지했다. 고객에게서 직접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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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내 판매사의 주된 수입원은 펀드로부터 받는 판매보수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위원은 “펀드로부터 판매보수 수취를 금지하면 판매마진은 고객과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판매사가 특정 펀드를 선호할 유인이 사라지면서 고객과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중립적 판매채널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수의 자산운용사 등이 지분을 분산 소유한 ‘펀드수퍼마켓’은 모든 펀드를 판매한다. 특정 회사가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독립투자자문업자는 금융상품 제조·판매사와 계열관계에 있거나 임직원을 겸직하면 안된다. 제조·판매사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게 설계했다.

2014년 4월 시작된 펀드수퍼마켓 서비스 점유율은 전체 공모펀드 시장의 0.6%에 불과하다. 독립투자자문업자는 없다.

권 연구위원은 “해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이해상충 해소는 물론 판매사 간 경쟁촉진으로 판매마진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어 가격 차별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했다.

아울러 판매마진이 적어 그동안 외면받았던 상품도 빛을 볼 수 있다. 판매사가 판매마진을 직접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취급할 유인이 높아질 전망이다.

조동석 기자 dsch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