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슬픈 소식입니다. 그저 콩쿠르만 바라보고 연습하고 있었을 텐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사실 한 작곡가의 작품들을 그렇게 오래 집중해서 연습하고 준비하는 일이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거든요.”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 사태에 이르렀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여파에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International Frederick Chopin Piano Competition, 이하 쇼팽 콩쿠르)가 다시 한번 미뤄졌다.
애초 4월 개최에서 10월로 이미 한 차례 미뤄졌던 제18회 쇼팽 콩쿠르는 2021년 10월로 2~23일로 또 연기됐다. 4일(이하 현지시간) 바르샤바의 쇼팽 연구소(Fryderyk Chopin Institute)의 아르투르 슈클레너(Artur Szklener) 소장과 폴란드 문화유산부(Minister of Culture and National Heritage) 피오트르 글렌스키(Piotr Glinski) 장관은 보건부와의 추가 협의에 따라 또 한 차례의 연기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피오트르 글렌스키 장관은 “올해 쇼팽 콩쿠르 티켓은 3시간 만에 매진됐다”며 “불행하게도 전염병으로 올해 10월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중이 없는 경쟁은 가능하지만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고 연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콩쿠르를 주최하는 쇼팽 연구소는 새로운 대회 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14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클래식계에서는 “이미 6개월을 기다린 피아니스트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1년이 미뤄지면서 더 깊어질 것”이라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도 아예 취소나 겹치는 기간으로 연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애초 5월 4~30일 개최됐어야 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세션’ 경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중단을 결정한 후 별다른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후보에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지용과 한국의 피아니스트 16명이 올라 있다. 쇼팽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예선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피아니스트도 김홍기, 김수연, 이혁, 박진형, 신창용, 예수아, 유세형 등 7명에 이른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의 도약을 위해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은 경연 준비에 한창이던 연주자들은 코로나19라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이중·삼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클래식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두 대회 예선에 동시에 오르는 피아니스트들이 적지 않았다. 기간이 너무 가까워 어마어마한 양의 레퍼토리를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연기와 취소가 반복되고 일정이 언제 어떻게 될지 기약이 없으니 피아니스트들의 긴장감과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