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신용 회사채·CP 매입 등에 25조 투입…‘美 연준 방식’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4-22 16:36 수정일 2020-04-22 16:36 발행일 2020-04-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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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YONHAP NO-3079>
은성수 금융위원장(가장 오른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마치고 결과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서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인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프라이머리-CBO,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등이 가동되고 있으나 CP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작년 말보다 여전히 0.5~1%포인트 높아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에 불안심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단기사채 등을 매입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 위원장은 재원과 관련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 지원을 해 저신용 회사채와 CP까지 매입하는 SPV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매입기구의 구조와 매입 범위 등은 한은과 함께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만들었던 매입기구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주체는 산업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주도해 SPV를 설립하고 이 SPV가 회사채와 CP를 사들이되 이 과정에서 한은의 유동성이 투입되는 방안인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신용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매입기구와 CP매입기구 등 5개의 SPV를 설립하고, 미국 재무부는 각 기구에 100억달러의 자본을 출자하는 방식을 이용해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산은이 리스크를 분담하고, 정부가 산은의 리스크를 보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당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책은행에 저리로 대출해준 뒤, 산은은 이 자금을 SPV 펀드에 대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번 회사채·기업어음매입기구도 이러한 방식을 재활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SPV 설립구조와 매입 증권범위 등 구체적인 유동성 지원 방식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달 초 가동됐던 채안펀드는 주로 우량 회사채를 사들였으나, 이번에 투입하는 자금은 저신용 등급의 회사채를 매수하며 기업의 전반적인 자금 수요를 채워줄 전망이다.

금융위는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사모로 발행한 채권 등을 매입할 시 해당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일정 기간 특정 비율 이상의 고용 총량 유지 조건을 부과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가산 금리 등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또,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공급 규모는 6조7000억원에서 11조7000억원으로 5조원 확대된다.

금융위는 지난 2월 14일 발표했던 ‘사모펀드 제도개선 방향’에 따라 사모펀드 제도를 뜯어고칠 예정이다.

여기에는 우선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방형펀드의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의무화하고, 비시장성 자산 비중이 높은 리테일펀드는 개방형펀드로 설정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 복층 투자구조를 이용한 공모규제 회피를 차단하고, 자사펀드간 상호 순환투자를 금지토록 하며 차입운용펀드의 투자자 위험고지를 강화하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따른 펀드 레버리지에 대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관리를 강화한다.

아울러 운용사, 판매사, 수탁회사·증권사, 투자자가 효과적으로 상호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금융당국 감독과 검사를 강화하며 및 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 기능 활성화한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