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비은행에 대출한대 만대?…확실히 해달란 시장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4-09 16:40 수정일 2020-06-28 23:42 발행일 2020-04-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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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검토…정부와 실무급 협의 중”
시장 “한은, 여전히 낙관적…기대 이하”
의사봉 두드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정책은 나아가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를 마치고 “지난주에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할 것에 대비한 장치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해 회사채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한은과 정부가 실무자 선에서 이를 협의하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한은은 이날 국고채시장에 한은이 직접 지원하겠다고 했다. 회사채에는 돈 빌려주거나 특수목적기구(SPV)를 세워놓고 사는 간접 지원을 시사했다. 공개시장 운용 대상 증권으로는 특수은행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하기로 했다. 한은이 특수은행채를 사서 특수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특수은행은 적은 값 내고 채권을 찍을 수 있다. 특수은행이 이렇게 조달한 돈으로 회사채 사서 채권시장이 안정되도록 한은은 바라고 있다.

현장에서는 못미덥다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취지와 방향을 이해한다”면서도 “좀 더 세심하게 현장을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 회의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시장 기대만큼은 아니다”라며 “한은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은법 80조와 관련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논란”이라며 “실무자가 검토한다니, 당장 치러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와 기업어음(CP) 가격이 아직 불안하다. 한은이 직접 개입해주길 시장에서는 기대해왔다. 카드와 캐피털사 같은 여신금융사도 정책을 받쳐주지만, 이들은 정책 사각지대에 있다고 자평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에 돈 대서 회사채를 지원하면서도, 이들 회사는 스스로 채권을 찍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아닌 기타 금융사에 돈을 빌려줘도 별 도움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한은은 증권사 등을 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사주겠다고 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뒤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주고 되사는 채권이다. 채권을 담보를 맡기고 현금을 빌리는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은행 말곤 돈을 더 빌릴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