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금융위기, 은행 돈으로 막으라고?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4-06 16:38 수정일 2020-06-28 23:47 발행일 2020-04-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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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금융안정 패키지 100조 대부분 은행 돈…재정 투입하는 미국과 달라
코로나19 충격 잠깐이면 은행 동원이 효과적…길어지면 금융 안정성 저해
시중은행서 오늘부터 '민생혁신금융 전담창구' 운영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을 찾은 소상공인이 코로나19 피해 자금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 위기를 사실상 은행 돈으로 막고 있다. 재정으로 맞서는 미국과 다른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와 증권시장안정펀드(10조7000억원) 기금의 70%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댄다. 이를 포함한 ‘민생 금융 안정 패키지’ 100조원의 대부분이 은행 돈이다.

한국 정부는 주요국과 발 맞춰 경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따라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다. 다만 재정 대신 은행을 쓰는 게 다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재정을 이용해 2조2000억 달러 쏟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급여 보호 및 임대료·제반비용에 빌려준다. 직원을 계속 고용하면 이마저 갚지 않아도 된다. 현금 지원인 셈이다. 나랏돈 내주는 게 특징이다. 은행은 자발적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기능을 하도록 했다. 홍서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특성을 보면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재정정책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잠깐이면 한국처럼 은행 동원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장 빠르게 돈을 댈 수 있는데다 어차피 갚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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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한·국민·하나은행 평균<br>자료: 각 사

사태가 길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연체를 비롯한 부실 가능성이 커진다. 상환을 미뤄주더라도 금융 안정성이 깎인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자본 여력이 정부가 원하는 만큼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2.3%, 기업은행은 10.3%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감내할 수 있는 자본비율을 9%로 가정하면 산업은행이 인수 가능한 위험가중자산, 예를 들어 대출금은 5조원”이라며 “기업은행은 2조3000억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한·국민·하나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평균 12.2%다. 2017년 13.4%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미국(12.7→12.8%), 영국(14.6→15%), 프랑스(12.8→14%) 등에서 높아진 점과 반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점을 이유로 들며 한국의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