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 검토 중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3-02 08:33 수정일 2020-03-02 08:35 발행일 2020-03-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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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 가능토록 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처럼 일정 기준에 따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를 추진 가능한 방안으로 보고 금융위와 도입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매입해 차익을 실현하는 매매 기법이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해외 사례를 검토한 결과, 중·소형주는 대형주 대비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공매도 제한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작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은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들을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지정한다. 시총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 조작이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난해 10월 현재 전체 2439개 종목 중 712개(29.2%) 종목이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지정돼있다. 해당 시총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30개종목(25.1%), 코스닥시장에서는 80개종목(5.7%) 정도가 공매도 가능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홍콩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한다는 점은 우리와 비슷하다.

또, 공매도를 통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야 하는 ‘업틱룰(Uptick rule)’ 제도와 공매도 호가 표시, 잔고 보고, 종목별 잔고공시 등을 시행하고 있다.

단, 홍콩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2018년 현재 약 493조원으로 증시 거래대금의 16.5% 수준이며, 국내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체 증시 거래대금의 4.6%라는 차이는 있다.

이렇듯 금감원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는 아직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도가 시장 불균형을 불러오고 국내 주식시장 전반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