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일본 보복에도 한국 금융시장 견고”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9-08-05 15:19 수정일 2019-08-05 15:28 발행일 2019-08-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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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래 끌면 심각…어떤 경우라도 정부 대응”
“금융까지 보복 당할 가능성 없어…한국 경제 건전”
발언하는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 상황 점검 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

일본이 2차 경제 보복에 나섰지만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외부 평가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금융당국은 진단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White List)에서 뺐으나 그 영향을 미리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달 초부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지울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며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해외 투자자가 우리 금융시장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국은 경제 체질이 건전하다고 자평했다. 손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라며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율도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31억 달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은 1997년에는 204억 달러뿐이었다. 전 세계 금융 위기가 일어난 2008년에는 2397억 달러 쥐고 있었다. 단기외채 비율은 1997년 286%에서 2008년 84%, 지난 3월 31%로 낮아졌다.

손 부위원장은 “외국인 자금도 안정적”이라며 “한국 신용을 좋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 6조9000억원, 채권시장에 10조1000억원 순투자했다. 지난 2일 기준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는 30.01이다. 2017년 52.2, 지난해 39.5로 점차 낮아졌다. CDS 값이 낮을수록 부도 위험이 적다고 평가된다.

다만 안심하지 않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시하겠다고 당국은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은 “일본과 오래 부딪히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라도 정부가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부위원장은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자들이 돈을 회수하지 않는다고 확인해줬다”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불매 운동처럼) 일본에 들어간 우리나라 돈이 나오지도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손 부위원장의 장담과 달리 이날 증권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장중 코스피가 2% 넘게 내렸으며, 코스닥지수는 6% 넘게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외 악재가 겹쳐 환율이 크게 올랐다”며 “주가가 얼마나 더 내릴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