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은, 금리인하론 신중 접근해야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6-26 14:45 수정일 2019-06-26 14:46 발행일 2019-06-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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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사이즈조절)
이민환 인하대 교수

미중 무역마찰 및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방기금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미 연준의 이러한 모습은 2015년 12월 이후 양적완화 정책의 해소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던 정책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정치·정책에 있어서 불확실성의 확대다. 미중 무역마찰은 양국 정부의 감정싸움으로 발전되면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유럽은 아직까지 브렉시트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세계경제를 견인해왔던 미국의 견조한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정부 및 시장으로부터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져, 금리인하의 여력이 존재하게 됐다.

결국 미 연준이 추진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수준 회귀라는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물가는 오르지 않는, 일본과 같은 상태를 가능하면 피하고자 금리의 정상화를 주장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정책기조를 바꾸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결국 경기가 더욱 악화됐을 때 전통적인 금융정책의 적용 가능성은 낮아지게 됐다.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더더욱 정책의 선택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되도록 피하고 싶은 비전통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얼마 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로 미국보다 낮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을 전제로 실시됐던 저금리정책에 대한 효과를 검증해보기도 전에 다시 금리인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의 순기능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낮추어 투자활동을 자극하며 이자소득 감소로 소비가 진작되는 한편 경제 전체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반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시중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을 초래했으며 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의 저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돼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침체가 순환적 환경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따라서 금리인하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은의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금리인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누가 가장 혜택을 볼 것인가? 바로 정부다. 올해 1분기 정부의 국채발행액은 사상 최고치인 48조5227억원에 달해 발행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67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금리인하는 이러한 재정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를 위해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금리인하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