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사외이사제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
입력일 2019-03-24 15:08 수정일 2019-03-24 15:09 발행일 2019-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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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환 교수(사이즈조절)
이민환 인하대 교수

해마다 3월이 되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주주총회가 열린다. 주총은 회사의 기본조직과 경영에 대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올해도 어김없이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

주요 안건은 이사회 구성원 승인이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외이사의 선임이다. 사외이사는 외부자의 독립적인 시각과 전문지식으로 회사경영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임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외이사가 이러한 전문성과 독립성이 있는가? 우리나라 상장계열사가 있는 57개 대기업집단 267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이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57명 중 관료 출신이 321명(37.4%), 학계 출신 282명(32.8%), 재계 출신 154명(17.9%) 등을 차지하고 있어 관료의 비중이 월등하다.

특히 관료 가운데 전직 판·검사가 102명, 세무공무원출신이 47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간 이사회 안건 5984개 중 99.57%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이런 결과로 실제 기대했던 경영자에 대한 견제기능은 물론 사외이사의 비율이 회사의 경영성과에 오히려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까지 제시되고 있다. 결국 감시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보다 고액의 연봉에 이끌려 사고발생 시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관료 그리고 경영자의 예스맨인 교수로 구성된 사외이사 집단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사외이사제도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바꾸는 것이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사외이사제도 정착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전문성이 있는 사외이사로 이사회의 과반을 구성하는 미국도 엔론사의 회계부정을 그 누구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또 소유주가 경영하는 기업의 경우 임명된 사외이사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하물며 우리나라는 소유주의 지배력이 강하다. 따라서 사외이사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연봉 때문에 경영진에 의해 임명돼 사외이사의 자리에 앉아 경영자에 대한 감시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관료·교수들을 솎아내는 일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사외이사의 선임과정에 경영자 및 대주주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적극적으로 회사를 감시할 유인이 있는 이해당사자가 사외이사를 지명하도록 하자. 제도적으로는 소액주주·종업원과 국민연금 등의 공적 목적의 기관투자가가 경영자 및 대주주에 대한 견제의 유인이 있는 이해당사자가 될 것이다. 둘째,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자. 관료·교수들이 사외이사 자리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책임에 비해 과다한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금전적 유인이 줄면 이들은 시장에서 떠날테고 이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가 대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외이사제도는 현 경영진과 대주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임명될 수 있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