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불황터널과 자영업시장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9-01-30 07:00 수정일 2019-01-30 07:00 발행일 2019-0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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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올들어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신음소리가 서울 강남상권까지 번지고 있다.

한 경제신문의 ‘2019 자영업 리포트’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대로 논현역과 신논현역 사이 상가건물 69개 가운데 12개(17.4%) 건물 1층이 공실이고, 2층 이상 공실까지 따지면 29개(43.9%)에 달한다는 것이다.

2014년 이미 불황터널에 들어선 자영업 시장은 5년이 지난 지금 극한을 향해 치닫고 있다. 2년간 30% 가까이 치솟은 최저임금이 자영업시장 몰락의 방아쇠를 당긴 격이다. 주52시간 근로제는 자영업시장으로 흘러드는 낙수효과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영업자들은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을 동원해 가게를 꾸려가고 있지만 매출과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먼 훗날 경제사가들은 2019년을 한국의 자영업시장이 조종을 울리는 첫해로 기록할 지도 모를 일이다. 2020년대는 더 암울한 현실이 자영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우리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65세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 국민의 20%를 돌파하는 시점이다. 일본은 2005년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정확히 20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모양새다. 2015년 우리나라 고령자 비율은 13.1%로 1992년의 일본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낸다. 일본의 1992년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의 문턱에 서있던 시점이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시동을 걸기까지 일본은 20년간 길고 긴 불황터널에서 혼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경제활동인구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높은 20∼50대 인구변화를 보면 일본에서 이 연령대가 정점을 찍은 것은 1995년경이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의 일이라고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분석한다. 우리나라의 20∼50대 인구는 2015년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는 추세이다. 일본에서 이 연령대의 인구가 정점을 이룬 것은 1995년 경이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것은 1999년의 일이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에서 소비가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의 장기불황(복합불황)이 우리에게 더할 나위없는 ‘반면교사’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