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날씬한 몸매 노년기엔 毒, 과한 다이어트 사망위험 높여

류원근 기자
입력일 2019-01-29 07:00 수정일 2019-01-29 07:00 발행일 2019-01-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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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 낮으면 저체중·근력부족, 만성질환 유발… 단백질 섭취, 근력운동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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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가 되면서 젊은층 못지않게 패션과 외모관리에 공을 들이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멋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헬스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근력운동과 다이어트에 집중한다. 단 노년기에 식사 섭취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지속해 살을 빼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는 비만은 물론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30㎏/㎡ 이상, 국내 비만학회는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BMI 수치가 정상보다 높으면 각종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노년층에선 BMI 너무 낮으면 해가 될 수 있다.

윤종률·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65세 이상 노인 17만639명을 5년간 관찰한 결과 사망위험은 BMI가 22.5~24.9보다 낮을 때 증가하고, 반대로 높으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BMI가 17.5~19.9인 사람은 비만으로 평가되는 BMI 25~29.9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배, 저체중인 BMI 16~17.4인 사람은 3배나 높았다.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암 사망 위험도 BMI가 25~27.4 때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에서 건강한 장수를 위한 노년기 BMI 수치는 남성은 27.5~29.9, 여성은 25~27.4였다. 국내 비만 기준인 25㎏/㎡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윤종률 교수는 “노년기 BMI는 영양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BMI가 낮을수록 저체중과 근력부족에 의해 허약 증상이 악화되면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기에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려면 단기간 내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는 것은 금물이다. 근육량 감소를 막는 범위 안에서 기존 체중의 5~10%를 천천히 빼는 게 바람직하다.

식이요법은 단순히 식사량을 제한하지 말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단백질의 합성 및 흡수율이 줄어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양을 그램 단위로 매일 섭취하도록 한다. 예컨대 체중이 75㎏이면 단백질은 75g, 48㎏이면 48g을 섭취해주면 된다. 뼈 건강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D 섭취에도 신경써야 한다.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3대 7의 비율로 병행해 적정 근육량을 유지해야 한다. 30대가 지나면 매년 근육량이 0.5~1%씩 감소하며 남성은 40세 전후, 여성은 55세 전후에 근육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근육이 부족해 체온이 내려가면 콜레스테롤·중성지방·당 성분이 충분히 연소되지 않아 고지혈증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고 낙상, 보행장애, 골다공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시간당 5㎞ 속도로 40~60분, 1주일에 4~5회 정도 걷기만 해도 근육량 감소를 늦추는 데 도움된다.

조정진 교수는 “국내에선 젊은층 못지 않게 노인층에서도 비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라며 “하지만 노인은 적절한 영양 상태가 중요하므로 무리한 체중감량보다 적절한 영양섭취와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소라 기자 blan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