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금투업계·여당 첫 상견례…증권거래세 개편 물꼬 트나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9-01-15 15:43 수정일 2019-01-15 15:59 발행일 2019-01-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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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업계와 여당 대표가 첫 회동을 갖게 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증권거래세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가 강조한 증권거래세 폐지 요청에 여당이 귀 기울이자 이와 관련된 법안 정비를 위한 당정간 논의가 본격화 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빌딩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여당 대표가 금융투자업계와 처음으로 가진 간담회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투업계는 특히 증권거래세 폐지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세제개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증권거래세의 폐지 내지는 단계적 인하가 필요하다“면서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이 부과되고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까지 이중과세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세형평성, 조세중립성,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본시장 과세체계의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본시장 세제 이슈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느꼈다”고 답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세제 이슈과 관련해서 거래세 인하·폐지 문제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으로, 투자자는 매도 금액의 0.15~0.3%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한다. 한국의 증권거래세율은 세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주변 국가인 중국ㆍ홍콩ㆍ태국(0.1%), 대만(0.15%), 싱가포르(0.2%)도 한국보다 낮고 미국과 일본은 아예 폐지했다.

권 회장은 “일본, 영국, 미국 등을 볼 때 조세 체계가 간소해 펀드, 주식, 투자, 채권 어디든 투자하던 단일 세율이고 일관되고 이해하기 쉬운 조세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한국의 조세 체계는 상품마다 복잡하고 시장과 투자에 있어 왜곡 현상을 만들어서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혁신 성장, 국민 자산증대, 노후자금 마련으로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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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그간 업계와 정부, 여당은 증권거래세 폐지·인하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증권거래세 페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각종 경제 연구소들도 증권거래세 인하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증권거래세의 국제적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해외 금융시장보다 높은 국내 증권거래세율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증권거래세 폐지와 관련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달리 거래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개편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2022년까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확대하고 있다”며 “전면과세와 연계해 검토할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이 향후 금투업계 대표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도 다시 커지고 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직접 여당 대표에게 업계의 현안을 전달했다는 점, 여당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반응을 보인 점 등 여러 면에서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는 권 회장과 이 대표를 비롯해 김태년 정책위의장, 최운열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유동수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이 참석했다. 증권업계에선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증권사 14개사와 자산운용사 10개사 대표가 참석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