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기 경제팀, 소득주도성장의 실상만 봐야

류원근 기자
입력일 2018-12-09 15:35 수정일 2018-12-09 15:35 발행일 2018-12-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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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내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신기루 같은 말에 신물 날 때도 된 것 같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애용하던 말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부터 또 듣는다. “방향은 맞지만 속조조절” 표현도 판박이다. 소득주도성장에 투입한 만큼이라도 경제에 득이 됐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심리적 현상과 통계적 현상이 모두 그렇다.

두 변수 간 연관성이 보일 때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소득 주도에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는 함수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작다. 불리하면 나쁜 사례를 끌어들여 비교하는 습관은 그대로다. 성장률 저조를 고도성장을 마친 독일, 프랑스, 일본과 비교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12배인 미국이 우리보다 1.4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국민들은 경제부총리를 바꾸면 경제정책이 달라질 걸로 기대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미증유의 경제위기 앞에서 이념에 매몰되면 안 된다. 살아남은 자만 분석 대상으로 삼다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는 ‘생존자 편향의 오류’, 그 비슷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엔진까지 보강해야 하는데 꼬리와 날개만 강화한다고 애쓰는 꼴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고용과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한데 포용적·배제적 성장 운운하며 언어유희에 빠져 있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소득주도성장에 소득이 없는데 말이다.

한국 경제는 일자리 상황판 앞의 현상적 관리가 아닌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닭과 달걀의 논쟁 같지만 성장이 있어야 소득이 있다. 기업이 못 크고 경제가 주저앉는데 소득 증대를 바라는 것은 허상이다. 성장률 달성에 실패하면 “괜찮다”며 무역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만 돌리는 습성부터 버려야 한다.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경제를 망친 ‘장본인’들의 허접한 변명은 그만 듣기를 진실로 국민은 바라고 있다. 실상을 봐야 한다.

새 경제팀은 더 이상은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낙관적 편견의 오류에 빠져 시장을 적대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시장 탓, 시간 탓은 그만하고 방향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이 “경제적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 것이냐,” “내년쯤이다” 같은 선문답이나 나눌 때인가. 조만간 임명장을 받고 취임할 홍남기 후보자가 가슴에 새길 것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은 맞다”고 우기며 덧칠해 쓰면 분식회계처럼 ‘정책분식’이 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