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비재 시장 '한국 명품' 안보인다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11-06 18:24 수정일 2018-11-06 18:26 발행일 2018-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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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생활경제부장(경제학 박사)

K-팝이 글로벌 시장을 달구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기위해 가는 곳마다 청소년 팬들로 인산인해다.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중국, 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만 먹히는 것이 아니라 유럽, 중동, 북미, 중남미까지 팬심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재 상품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선봉으로 중국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국산 화장품도 중국산 제품의 도전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면 한국산 소비재 상품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5739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들어서도 수출 동력은 식지않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호조 덕분이고, 중소기업들의 수출 비중은 고작 20%에 그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려면 강소기업의 뛰어난 제품력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글로벌 브랜드 육성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탄탄한 브랜드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넘볼 수 있는 강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시급하고도 긴요한 일이다.

이런 강소기업 제품으로는 섬유유연제 ‘피죤’, 국민 볼펜 ‘모나미’, K-주얼리 대표격인 ‘제이에스티나’ 등을 들 수 있겠다.

1978년 탄생한 피죤은 40년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70년대에 유행하던 일본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하지 않고,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이다. 섬유유연제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대대적인 무료 샘플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빨래엔 피죤하세요’란 카피가 소비자 머리에 각인된 것이다. 정전기 방지와 섬유가 유연해지는 효과를 체험한 소비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이 제품은 빠른 속도로 주부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피죤=섬유유연제’란 등식이 성립된 것이다. 마치 ‘미원=조미료’란 등식처럼 특정 브랜드가 상품종류의 전부인 것처럼 확고한 위상을 차지한 셈이다.

연간 1억 자루가 팔린다는 모나미도 국민 볼펜으로 뿌리를 내렸다. 이 제품은 경제성장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1963년 탄생했다. 55년간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생활의 동반자격인 제품으로 격상되면서 볼펜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독일의 라미(Ramy), 스타빌로(Stabilo) 등과 같은 글로벌 문구 브랜드가 되려면 해당 기업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2003년 출시된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도 스와로브스키, 폴리폴리 등 외국산 브랜드들이 장악한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해외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글로벌 1위 브랜드의 지위를 차지할 경우, 6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브랜드 육성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곧바로 연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강소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다.

강창동 생활경제부장(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