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맨 부동산②] 돈, 어디로 갔나…‘검은 증시’에 부동산 펀드로 피신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18-11-02 00:00 수정일 2018-11-02 09:05 발행일 2018-11-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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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외국인을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했다. 그러나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펀드에는 자금이 몰렸다. 투자자들이 국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자, 국회에선 토론회를 개최하고 증권사에서는 투자 상품을 출시하는 등 증권업계에서도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국내 부동산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10월31일 기준)은 평균 1.89%를 기록했다. 이 중 부동산임대 펀드의 평균 수익률(6.05%)이 두드러졌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수익도 좋았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부동산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4.98%를 나타냈다. 특히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평균 7%가 넘는 수익을 자랑했다.

이는 다른 유형의 펀드와 비교된다.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0.59%, -13.94%로 모두 손실을 냈다.

특히,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진 10월 한 달간 부동산 펀드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최근 1개월(9월27일~10월25일 기준) 동안 국내 부동산 펀드와 해외 부동산 펀드로 각각 337억, 93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품유형별 자금유입 상위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한 달간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국내 펀드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위험자산의 대표 격인 글로벌 증시의 조정기간이 일단락되는 11월 중순 이전까지는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 선호처로 부동산으로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가 뒷받침되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오피스 시장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 부동산 펀드 비중을 일부 가져가는 것이 성과를 극대화하는 좋은 방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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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에 업계는 부동산 펀드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와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부동산펀드 투자 확대 및 투자자 보호 강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에선 부동산 사모펀드 차입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4배에서 10배로 늘려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동산 ‘투기’가 아닌 ‘투자’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또 증권가에선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로 출시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의 모집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이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통해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목표 수익률이 연 6% 중반 수준으로 높다.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에서 판매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증권가에서는 특정 대학 부동산학과 출신의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는 모임이 생길 정도”라며 “내년에도 증시 전망이 어두운 만큼 한동안은 주식보다 부동산을 통한 투자가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