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환산보증금… 끈질긴 악연의 고리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10-31 07:00 수정일 2018-10-31 07:00 발행일 2018-10-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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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에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 들어가면 10년간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지만, 보호 대상에서 벗어나면 건물주의 횡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나라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출발부터 임대인 보호에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결정적인 증거가 바로 이 법에 명시된 환산보증금 조항이다.

환산보증금이란 월세의 100배에 해당하는 금액에 임대보증금을 합친 금액이다. 예를 들어 월세가 300만원이고 임대보증금이 1억원이라면 환산보증금은 4억원이 된다. 올들어 1월 법 개정을 통해 환산보증금 기준이 상향 조정됐다. 서울이 4억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부산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라갔다.

최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전후의 환산보증금액 비교 및 실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3000개 부동산 매물 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임대차보호 대상 비율은 올해 초 환산보증금 개정 전 37.7%에서 개정 후 64.7%로 높아졌다. 보호 대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단적인 예로 서울 지역 평균 환산보증금은 5억9647만원으로 환산보증금 적용 범위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5개구는 법 적용범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강남구 11억3610만원, 마포구 8억6500만원, 서초구 8억4968만원, 송파구 7억7123만원, 용산구 7억6682만원 등으로 이들 지역은 건물주가 임차인을 상대로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환산보증금이란 커다란 우산 뒤에 일부 정치인, 관료, 법조인, 건물주들이 한 통속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2001년 12월 제정될 당시, 환산보증금이란 ‘꼼수 조항’을 끼워넣어 출발했다. 이 법은 1991년 일본에서 통합 제정된 ‘차지차가법’을 본떠 만들었지만 결과는 일본과 반대다. 보호할 대상을 뒤바꾼 것이다. 차지차가법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임차인을 약자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임차인이 한 장소에서 자손 대대로 장사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이 뒷받침했다. 100년, 200년을 이어가는 노포(老鋪)가 가능한 배경이다. ‘환산보증금’의 끈질긴 생명력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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